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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5시께 인천지역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대기중인 일용직 노동자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인들은 ‘일자리 창출’과 ‘근로조건 개선’을 되뇐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의 말은 표를 구걸하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현장 속으로 파고들면 정작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근로조건도 정규직 등에나 해당하는 ‘호사(豪奢)’다.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그것은 딴 세상 얘기다.

"우리 같은 하루살이한테 정치인들이 떠드는 정책(공약)이 무슨 상관이야. 무엇 하나 바뀌는 것이 없는데." 3일 오전 5시께 인천시 남구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최모(55)씨는 선거철만 되면 더욱 화딱지가 난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치인들이 인력시장 주변으로 찾아와 ‘일자리 창출(일용직 노동자)하는 정책을 만들겠다’, ‘일용직 노동자 복지제도(처우 개선)를 마련하겠다’는 등 말로만 떠든다. 오히려 놀리는 것 같다"며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갈수록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 대책도 없다. 오늘도 허탕을 치고 간다"고 혀끝을 차며 발길을 돌렸다.

인근의 다른 인력사무소를 나서는 김모(44)씨는 "오늘도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비도 오지 않았고, 다행히 현장에 투입됐다"고 기뻐했다. 김 씨는 10여 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철근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품삯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진 탓에 일감(지방 원정 등) 따기가 더욱 힘들다"며 "특히 기본 자격증을 갖춘 외국인 노동자끼리 조직적으로 현장에 투입돼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한 뒤 대기 중인 운송버스에 몸을 실었다.

곧이어 들른 중구의 한 인력사무소 분위기는 냉랭했다. 이곳에는 20∼30여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나마 일자리를 얻은 일부(10명 남짓)를 제외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허탕을 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김모(39)씨는 "20대부터 제조업에 종사했는데 경기가 어려워 회사가 문을 닫았다"며 "전기자격증 등을 갖고 있어도 나이가 많아 취업하기 어렵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단기 아르바이트나 외국인 노동자를 더 선호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거 때만 되면 마치 엄청난 일자리가 생기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호들갑을 떤다. 지역 내 인력사무소 측은 정반대 얘기를 한다. 예년과 달리 일감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의 도시기반시설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인력사무소를 찾는 일용직 노동자들 중 절반 이상이 되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처럼 일자리가 넘쳐나길 학수고대할 뿐이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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