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수원시 세류역 인근에 위치한 천사무료급식소가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로 붐비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 8일 오전 수원시 세류역 인근에 위치한 천사무료급식소가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로 붐비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젊은 시절 노점상을 하며 어렵게 자식 셋을 키웠지만 소용이 없네요."

부모의 은혜에 감사를 전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어버이날에도 홀몸노인과 소외계층 노인 등을 위한 무료급식소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8일 오전 10시 30분께 수원시 세류역 인근에 위치한 천사무료급식소는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이뤄지는 식사 제공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 식사시간 전이지만 총 56석이 마련된 무료급식소 내부는 이미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로 인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무료급식소 외부에도 식사를 위해 찾아온 노인들의 대기줄이 15m나 이어졌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무료급식소 벽에 기댄 채 쓸쓸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던 노인들은 저마다 어버이날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됐다.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무료급식소 인근에서 7년 동안 거주 중이라는 홍모(75)씨는 같은 처지의 노인과 대화를 나누며 "5년 전만 해도 자식들과 연락은 했는데, 이젠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연락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함께 대화를 하던 김모(77)씨도 "차라리 딸이 있었으면 음식이라도 만들어 줬을 텐데, 아들만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수년째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노인들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먹고살기 힘든데 어버이날이 어디 있느냐"며 어두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배식이 시작되자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의 수는 더욱 늘었고, 오전 11시부터 11시 40분까지 총 20분의 간격을 두고 세 번의 배식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대기자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인은 180여 명에 달했다.

무료급식소 자원봉사자 진모(84)씨는 "매번 급식소에 오다 보니까 평일 일손이 부족할 때는 직접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며 "오늘도 오전 8시부터 이미 점심 첫 배식 대기석이 만석이었는데 매일 비슷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현미 천사무료급식소 부장도 "식사하러 오는 어르신들을 보면 의지할 곳 없고 갈 곳이 딱히 없으신 분들이 많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앞으로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고, 자원봉사활동이 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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