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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열 인천연구원장
인천은 1883년 개항 이래 한국 근대화와 발전기에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 근대 문물이 인천을 통해 유입되면서 인천은 소위 ‘최초’ 수식어를 많이 보유한 도시가 됐다. 대표적인 한국 최초의 내용을 보면 ‘이국정취를 풍기던 양관, 세창양행 숙사’, ‘지방 우체국의 출발, 인천 우편국’, ‘화교 사회의 기원지, 청관’, ‘자장면의 탄생’, ‘감리교 첫 예배당, 내리교회’, ‘근대적 기상 관측, 인천 측후소’, ‘인천의 성냥 공장’, ‘관세 행정의 출발, 해관’, ‘아펜젤러 목사가 묵었던 서양식 호텔, 대불호텔’, ‘파고다공원보다도 먼저 조성된 각국 공원’, ‘신식 돈의 대명사, 닷 냥 은화를 주조한 인천 전환국’, ‘일반 시외 전화와 전보’, ‘야구 도입 역시 인천’, ‘기공식을 두 번 했던 경인 철도’, ‘금융 기관 지점의 시작, 대한 천일은행’, ‘신학 잡지의 출발, 「신학 월보」’, ‘근대의 계약 이민, 하와이 이민’, ‘바다의 등불, 팔미도 등대’, ‘인천 짠물이라는 별명을 얻게 한, 천일 염전’ 등 수없이 많다. 이런 역사를 보면 인천이 비록 국가 수도는 아니지만, 수도에 버금가는 주체성이 강한 도시로 성장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과거 한국 발전사를 돌이켜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서울이 있었고, 인천은 그 주변에서 맴돌며 서울과 종속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라는 격언이 생길 정도로 서울 일극 체제로 국토가 편제됐다.

사실 한국 ‘최초’의 것을 많이 보유한 개항장으로서의 인천은 자신의 주체적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아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아마 그 이유 중 하나가 서울이라는 거대 블랙홀에 매몰돼 인천의 주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산업화기 발전 핵심에는 분명 서울이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세상은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로 급속히 변화됐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질서가 글로벌사회로 편제됐다는 것이다.

 글로벌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수단의 변화이다. 글로벌 이전 사회의 주된 이동수단은 자동차와 철도였다면, 글로벌 이후 사회의 주된 이동 수단은 비행기와 선박이 됐다. 다시 말해 공항과 항만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하게 됐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회변화는 인천이 새롭게 부상하게 만드는 호기가 됐다. 인천은 한국에서 최고의 공항만(공항과 항만의 합성어) 중심도시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특히 민선 6기 인천의 여러 경제 및 인구 사회학적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지표들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인구 감소 현상이 인천만은 예외라는 사실이다. 인천은 유일하게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해 현재 300만 거대도시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부산을 추월해 한국 2대 도시가 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지역의 경제적 부를 상징하는 지역내총생산(GRDP)도 부산을 웃돌았다.

 그렇다면 미래 전망은 어떠한가? 세계화가 지속하는 한 인천은 더욱 유리한 조건과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시의 행정 측면에서 보면 최근 인천시가 재정 정상단체로 기적적으로 (사실은 기적이 아니라 시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온갖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환됨에 따라 재정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이제 정책적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2013년 시티은행이 발표한 ‘EIU보고서’는 인천이 세계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두 번째 도시로 평가했다. 향후 글로벌사회가 가속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인천은 세계가 주목하는 공항만과 나아가 성장의 교두보로서 국제적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한 한국의 초광역 거대도시권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 발전사에서 산업화기에는 서울이 중심에서 핵심 역할을 했지만 이제 글로벌사회에서 인천이 새로운 핵심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된다. 수도권이라는 초광역 거대도시권의 상호 협력은 국가 간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여기서 인천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하겠다. 물론 미래가 장밋빛으로만 물든 것은 아니다. 많은 도전과 난관이 앞에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국가 내 도시 간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고 특히 그 경쟁은 도시라는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양적·질적 도시 발전의 길을 낼 유능한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할 것이다. 역시 도시발전의 운명은 그 지도자의 능력에 크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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