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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 싱크홀이 발생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으나 지자체가 보름 가까이 방치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다른 곳도 아니고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지 보름 가까이 지나도록 대체 구청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주민들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2일 오전 10시 인천시 미추홀구 소성로의 한 횡단보도. 주민들이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우산을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횡단보도 한쪽을 피해 건너고 있다. 횡단보도 가운데 지름 70㎝가량의 싱크홀이 있기 때문이다. 싱크홀 주위는 교통안전표지용 원뿔기둥과 플라스틱 차단막 등으로 대충 막아놨을 뿐이다. 정확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싱크홀 내부는 황토가 빗물에 계속 쓸려 내려갔다. 아스팔트 표면도 쏟아지는 비에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곳 싱크홀이 지난달 중순께 어른 주먹만한 크기였으나 지자체에서 조치를 외면하는 사이 지금처럼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해당 지자체인 미추홀구는 주민 안전을 위한 싱크홀 메우기 등 즉각적인 보수보다는 주민에게 책임을 떠넘겨 빈축을 사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달 중순께 싱크홀 발생 사실을 지자체에 접수했다. 구는 현장조사를 통해 인근 아파트 단지가 이용하는 하수관로의 가지관 파손으로 아스팔트 침하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말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아파트에 보수 작업을 요청했다. 구는 그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아파트의 조치만 기다린 채 싱크홀을 방치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서 보수 작업을 완료하고 나중에 사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건 현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현행 법령에 따라 하수관로의 사용자가 직접 보수 작업을 시행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의 해명에 해당 아파트 주민을 비롯한 인근 상가 주민들은 구의 안전불감증을 비난하고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3·여)씨는 "도로에 구멍이 뚫린 지 한참 지났는데 왜 보수 작업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요즘처럼 비가 내리는 야간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인 B(46)씨는 "아파트입주회의에서 수리업체를 선정해 곧 공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으로 따지면 아파트가 보수하는 게 맞더라도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인 도로라면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보수를 끝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구를 비난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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