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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지난 6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시한 바에 따라 청와대, 각 부처, 지방정부 등을 대상으로 감찰과 사정에 나설 예정이라 한다. 특히 지방정부에 대한 감찰은 6·13 지방선거의 승리감에 도취돼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사실 부정부패는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 하면 논에 피가 자라듯이 금방 널리 확산된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정(情)’을 중시하는 오랜 전통이 있어서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에 의한 불공정한 업무 처리가 자주 발생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과거보다 조심하는 분위기는 조성돼 있으나 아직도 청렴사회에 도달하기에는 한참 미흡하다. 또한, 우리 국민은 ‘자치’에 대한 훈련·경험이 부족해 ‘자율능력’이 미흡한 편이다.

 5천 년 역사의 대부분을 임금과 조정(朝廷)의 지시에 의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하에 살면서 국민들이 상당 부분 ‘타율’에 길들여졌다. 20세기의 전반부도 식민통치하에서 우리 조상들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살아야 했다. 해방 후 제헌헌법에 의해 지방자치제가 잠시 실시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군사정권에 의해 폐지되는 바람에 우리 국민들은 또 다시 중앙집권적 독재체제하에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야 했다.

  1995년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가 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해 지방자치제를 부활시켜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무늬만 지방자치일 뿐 지방행정의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지시·통제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화를 지향해 자치의 활성화를 추진 중이고, 앞으로 자치경찰제도 도입할 계획이라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일컬어지는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중앙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자율능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율능력’이란 자신의 일을 타인의 감독·관여를 받지 않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는 ‘자정능력(自淨能力)’을 그 핵심으로 한다. 자정능력이란 원래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최초의 균형 상태로 원상 복구하려는 능력’을 말하며,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스스로 부정부패를 차단하고 해소함으로써 건전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정이 많아서인지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이를 눈감아주고 묵인해 주는 사례가 자주 있다. 그래서 종교단체·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협동조합 등 자율성을 내세우는 단체일수록 외부의 감독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부정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자율단체까지 철저히 감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은 해당 단체가 스스로 자정 능력을 키우도록 촉진·육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지방의회 구성이 여당 일색이 됐다. 경기도 의원 142석 중 민주당 소속은 135석이고 야당은 7석이다. 인천에선 37석 중 한국당과 정의당이 각 2석, 1석밖에 안 된다. 이에 따라 야당의 감시·견제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특히 향후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지방의 정경 유착과 부정부패가 더 확산·심화되리라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감시·견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역할을 지방언론이 대행·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그런데, 지원기금 삭감 등 정책이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다(본보 7월 19일자 2면 기사 참조)). 한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내실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제307조 제1항)의 폐지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언론기관 스스로도 비판 기능을 더욱 활성화해 ‘사회적 공기(公器)’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특히, 지난달 20일 창간 30주년을 맞은 ‘기호일보’가 ‘공정·책임·정론·진실’의 사시(社是) 아래 권력기관과 사회지도층의 감시·견제를 강화함으로써 인천·경기지역 주민들의 계속적인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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