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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웠다. 통학버스에 갇히고 낮잠을 자다가 숨지는 일이,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맞벌이 등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들, 그들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그래서 아이를 한 명 또는 더 나을 수 없는 사회, 그래서 인구절벽으로 이어지는 사회, 입시와 취업준비, 청년실업으로 이어지는 사회, 고령화에 준비 안 된 국민연금 등등으로 이어진다. 거기에 정부 정책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할 말을 잃게 한다.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건(7월 17일), 서울 강서구 어린이집 사건(7월 19일) BMW차량 연속 화재 사건- 원인도 모르고 날씨 탓만하고 있지만-에 대책이 가관이다.

 한국 사회는 하나의 사건에 단편적 해결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결되는 상황은 벌써 지났다. 동두천 사건 이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교육부가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장치를 연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차량은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통학버스로 하며,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원차량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에서 제외된다. 국가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는 6건이며, 이번 사건이후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2016년 ‘통학차량 이용 아동의 출결 관리 강화 지침 개정’이 있었다. 그 당시 안전벨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다가 흐지부지됐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는 다시 등장한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단계는 넘어선 것이다.

 법이 아니라 배려와 관심의 문제로 접근하자. 아이들이 다 내렸는지 관심을 가지는 기사 아저씨가 있다면 해결된다. 어린이집 버스에서 운행 종료 후 한 번만 둘러보는 관심만 있다면 해결되는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안전벨이나, 아이들 옷에 센서를 단다는 발상이 더 우습기만 하다. 교사가 아이들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 법이 아니라 관심이 있는 교육 현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친환경급식을 준다 하고 아이들에게 유통 기간이 지난 음식을 먹였던 사건도 나아진 것이 없을 것이다. 법이 아니고 관심과 배려에서 하나하나 시작하는 것이 어린이 복지의 출발이어야 한다. 어린이집 원장의 자격이나 인성이 얼렁얼렁 대충대충이라면, 하나라도 편법이나 봐주기가 있다면, 그것부터 근절돼야 한다.

 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 ‘폴인러브’에 폭염 때문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80대 여성 사연이 소개됐다. 제주에서 7일 오후 1시께 차량으로 이동하던 해안경비단 일행이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부대로 복귀하던 중, 길가에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하고 구조를 한다. 차에서 내려 할머니의 상태를 살폈고, 할머니 근처에 자전거와 깨진 달걀이 아스팔트 도로 열기에 익어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10개짜리 달걀 꾸러미를 자전거에 싣고 가던 중 폭염으로 탈진해 쓰러진 것이다. 긴급조치 후 할머니는 의식이 돌아왔고 자신보다 깨진 달걀꾸러미를 걱정한다. 살며시 경찰대원이 마트에 가서 달걀꾸러미를 사다가 할머니에게 안기고 할머니의 귀가를 도운 아름다운 이야기다.

 경찰대원의 작은 관심은 할머니를 살렸고, 박봉에서 나온 감동적인 달걀은 할머니(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였고, 이것이 노인복지의 자세이다. 이것은 어떤 법으로 ‘해라 마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이 사회에 가득하게 넘쳐날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지고 갈등이 없어지는 것이지 얼렁얼렁 대충대충 법으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이나 낮잠 문제는 배려가 없는 사회구조의 문제이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차량에 체크작동키를 달고 안 달고가 아니고, 기사가 한 번만 둘러봐도 되는 문제이며, 교사가 아이들을 챙기는 문제이지 애가 우니 마니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배려, 부모가 교사를 교사가 아이를 배려한다면, 약자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 배려가 동원될 때 사회복지는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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