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성과를 토대로 다시금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온기가 돌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북미 간 힘겨루기 속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비핵화 협상이 대북 특사단의 방북으로 활로를 찾자 북미 등 주변국들까지 화답하며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재차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사 방문을 통해 오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까지 재확인한 문 대통령은 비핵화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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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中日 특사 파견에 北美 친서외교 (PG)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북미 간 70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처음으로 '시간표'를 제시한 만큼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꼼빠스'에 실린 서면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정전 65주년인 올해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필요한 '속도전'에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속도전'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생각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미국이 만족할 만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자국 내 보수적 성향의 지지층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리 모드'에 들어가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에서의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10월 이후 종전선언을 하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국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건 조성에 착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로 방북 결과를 공유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은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각각 중국과 일본에 특사로 파견해 역시 방북 결과를 알리도록 했다.

정 실장은 7일 오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도 전화 통화를 하고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지난 3월 1차 방북 때도 특사단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를 방문해 방북 결과를 공유하는 한편,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과 관련한 협조를 논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15일 한중일을 순방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맞물려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 정권수립 70년 9·9절 경축행사에 중국의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이 참석하는 등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중·러가 김정은 정권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문 대통령에게도 이들과의 공조는 필수적이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가 재개되는 등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에도 좋은 징조가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시간표를 직접 언급한 후 보내는 친서인 만큼 이를 계기로 비핵화 협상이 주목할 만한 전기를 맞는 것은 물론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추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막혔던 혈로가 뚫리는 기분이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오는 10일 볼턴 보좌관과 다시 전화통화를 해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비롯한 비핵화 진전 사항을 긴밀하게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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