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나 가곡은 가사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습니다. 또 엘토나 소프라노 등 여러 아이들이 하모니를 이룬다는 건 공동체적인 면에서 굉장히 좋은 효과가 있답니다. 우리 합창단에 공부를 무척 잘한다거나 가정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적지만 합창으로 일체감을 느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합창은 나의 소리를 조절해 가면서 배려하고, 나를 맞춰 가는 작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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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인천시 어린이합창대회’ 본선에 진출한 꿈미(꿈꾸는 미래)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황성은 서로사랑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꿈미 합창단은 합창대회 첫 출전에서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통상 다른 다수의 합창단이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꿈미 합창단은 서로사랑지역아동센터에 속한 아이들로 구성됐다. 공동체 속에서 합창을 준비하고 함께 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서로사랑지역아동센터는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이다. 20여 년 전 ‘신나는 밥집’으로 출발했다. 당시 갈산동은 공장지대여서 빈민이 많이 살았다.

 아이들은 부모가 공장에 나가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나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시설이 만들어졌고, 1997년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20여 년이 지나고 지금은 소외계층 가정 뿐 아니라 일반 친구들도 함께 어울리는 지역아동센터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센터에 속한 다수의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그래서 ‘합창’이라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노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신나는 동요를 부를 때는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칩니다. 만화 주제곡을 부를 때면 혼연일체가 된 듯 떼창을 하기도 합니다. 음악은 굉장히 많은 정서적 해소 효과들을 가지고 있어요. 이 때문에 지난 4~5년 전부터 정서 프로그램으로 합창수업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여러 여건이 좋지 못하다 보니, 센터의 아이들 다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 공부나 다른 것 들을 잘해 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충분히 잘 할 수 있음에도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성공’이라는 열매를 맛 볼 기회가 적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실력 향상보다는 무대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연주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하고자 합창대회에 나섰다. ‘희망’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빛나는 존재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 줄 겁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거든요. 앞으로도 위축되지 않고 잘 자라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합창대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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