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발견
김상섭 / 다인아트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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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섭 인천시 지방이사관이 15년의 세월을 묶었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신문 등에 게재한 칼럼을 엮어 책 「타인의 발견」을 펴냈다.

 칼럼은 인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인천내항이나 강화갯벌, 이작도 사람들과 시민의 노래, 경제특구, 지방자치, 지구적 기후변화, 지속가능 발전 등에 관해서다. 공무원으로서의 고민도 담았다.

 저자는 책의 ‘감사의 글’을 통해 "사십대에 한국 그리고 인천의 공무원으로서 고민해 봤던 정책 대안들, 윤리 덕목들, 그리고 우리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가치관과 세계관의 반영, 투사, 누설 이런 것을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그의 공직생활은 20년을 훌쩍 넘었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일정한 자기 검열의 제약과 한계를 부인할 수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어 "내가 맡은 직분이 아닌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말아야 하는 묵계, 일이나 정책으로 말하지 지면에다 대고 왜 쓰고 왜 튀어 보이려 하는가 하는 따가움에 대한 부담과 주저함이 늘 없지 않았다"고.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위험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글은 안 쓰는 게 더 낫다"는 어느 누군가의 말이 힘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적정선을 늘 가늠하면서 놓치기 쉬운 기존 통념에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적 성찰을 글로 풀어냈다고 한다.

 저자는 "어떤 글이든 글을 써서 세상에 내보인다는 것은 나와 세상과의 의사소통행위이니 곧 호흡이라 할 것"이라며 "이 점에서 어찌 보면 칼럼은 세상 물정을 쪼개는 분석이자 어딘가를 가리키는 대안 제시라는 점에서 내뱉는 호(呼)라고 보면, 에세이는 마음으로 머리로 들이키고 곱씹어 보는 흡(吸)이라고 비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행복’이다. 그리고 책 제목처럼 ‘타인의 발견’ 없이 행복은 없다고 피력한다.

 그는 "자기, 내 식구 혹은 내 편만을 사랑하는 유아독존과 각자도생의 찬미가 아니라 세상에 나만큼 귀한 너, 곧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라며 "보잘것없지만 이 책이 세상과 호흡하고 사람들과 공감하는 바가 털끝만치라도 있기를 앙망한다"고 강조했다.

제0호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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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소설 「제0호」가 번역 출간됐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실제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가 주 무대로,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언론의 행태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싸구려 글쟁이로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던 중년의 콜론나는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내일)’의 부름을 받는다. 그가 주문받은 역할은 신문사 주필의 대필 작가로,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 ‘제0호’의 제작 과정에 투입돼 편집부에서 벌어지는 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주필은 신문이 끝내 창간되지 않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로를 담은 책을 한 권 마련해 두려 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콜론나는 주필과의 비밀을 공유한 채 곧 ‘도마니’가 고용한 여섯 명의 기자들과 대면한다.

「제0호」는 진입 문턱이 높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그에 관한 음모론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는다. 하나의 가설이, 평범한 삶을 위협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중계된다. 에코의 이 마지막 소설은 현 시점에서 다시 묻는다. 모두를 위한 저널리즘, 그리고 올바른 저널리즘에 관해 말이다.

소설가
박상우 / 해냄출판사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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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해 본 이라면 길 없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막막함에 망연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작업을 계속 하고 있을 그들에게 길을 밝혀 줄 가이드북이 있다면 어떨까.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박상우가 끝을 알 수 없는 지망생 시절부터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던 소설가 삶의 실체, 그리고 진정한 소설가가 되기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 속에서의 조언을 담은 책 「소설가」를 내놨다.

2009년 출간됐던 「작가」에 21세기 문학의 새로운 역할과 최근 등단작 경향, 틈틈이 기록해 온 소설에 관한 단상 등을 덧붙여 다듬은 이 책은 18년 동안 소설 창작 강좌 ‘소행성B612’를 통해 소설가 지망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70여 명의 등단자를 배출해 온 저자만의 실전 지침이 담겨 있어 더욱 특별하다.

또 문단, 평론가, 동료 문인들과의 관계, 재능, 자기관리 등 소설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문체, 구조, 내용, 분량 등 소설 구성에 관한 문제와 양자역학, 평행우주와 같이 새로운 소설을 지향해야 할 지망생들이 주목할 만한 주제를 많은 작품의 분석을 통해 설명해 독자들이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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