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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성공하면 행복하다’라는 생각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성공은 ‘가지는’ 것이고 ‘이기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요? 어디에서도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곳이 없이 컸습니다. 물론 제 스스로 배우려는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공과 행복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성공과 행복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속성을 지닙니다. 성공이 가지는 것, 이기는 것이라고 하면, 행복은 그와 반대로 ‘나누는 것’, ‘져줄 줄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행복을 이렇게 규정하고 나면 비로소 ‘성공하면 행복하다’라는 등식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로또가 맞으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상번호를 분석하고 판단한 그동안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일 테니까요. 그러나 로또에 맞은 사람들의 그 이후의 삶이 불행해졌다는 보도가 꽤 많습니다. 이것만 봐도 성공하면 행복하다는 등식은 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행복하면 성공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행복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보면 하나로 모아집니다. 바로 ‘즐거움’입니다.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즐겁다면 그때 행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상대에게 용기를 주려고 일부러 져주며, 하는 일을 ‘즐길’ 수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성공은 밝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힘겨움을 견뎌내게 하지만, 행복은 지금 이 순간순간을 ‘즐겁게’ 마주할 때 느낍니다. 그래서 성공은 미래지향적 삶의 태도를 선물하고, 행복은 현재적 삶을 중시합니다.

 이렇게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과 행복을 지향하는 사람이 현재의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는 상당히 다릅니다. 행복한 사람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일이든 공부이든 즐겁게 해냅니다. 그러는 사이에 일의 숙련도나 전문성이나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겁니다. 그것이 그 사람을 최고의 전문가로 만들어 줍니다. 세상이 인정하는 최고의 전문가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등식은 참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성공보다는 행복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순간을 즐겁게 마주하라는 것, 이 순간에 마주하는 것이 힘겨운 일이든 슬픈 일이든 회피하지 말고 기꺼이 마주하라는 가르침 말입니다. 그래야 그 경험들이 쌓여 지혜로 거듭나고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지인이 보내준 글 하나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수도원을 찾은 방문객에게 수도사가 물었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금화 세 개가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까?"

 방문객은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그럼요. 당연하지요. 나누어 주겠습니다."

 "그럼, 은화 세 개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것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수도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전 세 개는 그들에게 주실 수 있나요?"

 "그것은 안 되겠습니다."

 "아니, 금화나 은화는 주겠다면서 동전은 왜 안 되나요?"

 "동전은 실제로 제 주머니 속에 있거든요."

 로또에 맞으면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고 말을 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성공 지향적인 사람들은 정작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행복은 무척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어렵습니다. 실천이 따르기 때문이니까요.

 이제 눈을 감고 저 자신을 떠올려 봅니다. 지금 이 순간 저의 무엇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내 움켜 쥐려고만 했지 내어놓으려고 하지 않는 저를 들키고 말았습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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