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면서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지난달 7일 문을 연 인천보훈병원의 운영을 책임진 김영찬(62)원장의 다짐이다.

인천보훈병원은 130병상에 불과한 중소 규모 병원으로 출발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긴급하게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를 치료할 응급실도 없고, 환자가 사망할 경우 안치할 장례식장도 없다. 환자 수 증가에 따른 병상도 부족해 걱정이 많다. 인천보훈병원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지만 규모가 작다고 내용까지 소규모는 아니다. 진료과목은 중소 규모 병원이 운영하지 못하는 안과와 피부과·비뇨기과·이비인후과 등을 포함한 15개 과나 돼 내용 면에서는 종합병원에 버금간다.

보훈병원이라고 해서 유공자만 진료하는 것도 아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의 취약계층과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거점병원 역할을 담당해 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유공자와 주민들에게 대학병원만큼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거점병원 역할을 담당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는 병원을 만드는 것도 제가 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 원장은 항구도시인 부산이 고향인 부산사나이다. 2013년 인천적십자병원에서 3년을 근무하며 인천과 인연을 맺은 그는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인천이 푸근하다고 말한다.

"인천은 고향인 부산처럼 바닷가가 있고 항구도시 특유의 기운이 있어 고향 같은 푸근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인천이 좋습니다. 또 발전하는 도시의 기운이 저의 기질과 맞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근무지로 부산이 아닌 인천을 택한 것 같습니다."

연세대 의대 출신인 그는 인천보훈병원이 그가 선택한 네 번째 공공병원이다. 모두 공모를 통해 선발됐다. 의료계에서 그의 병원 운영능력을 검증받은 셈이다. 그가 인천보훈병원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환자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천보훈병원은 환자를 가족처럼은 아니더라도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병원입니다. 쫓기지 않고 진료할 수 있는 구조는 병원이 환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원 한 달째를 맞고 있지만 김 원장은 여전히 분주하다. 아직 정원에 맞는 의사들을 채용하지 못해서다. 그래서 최근 집중하는 일이 바로 ‘의사 헌팅’이다.

"사실 공공병원은 의사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연봉을 어느 정도 제시하지만 일반 병원에서 워낙 많은 금액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 것은 공공의료에 소명감과 책임감을 가진 의사들이 있어서 입니다. 제가 모시려는 의사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김영찬 원장은 의사가 되면서부터 가진 작은 꿈이 있다.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고 그들의 소중함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가 운영하려는 병원은 자신이 주인이 아닌 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병원이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아쉬움이 크다.

"이제 제 나이 만 62세입니다. 3년 임기가 끝나면 65세가 되는데 제 꿈인 직원이 주인이 되는 병원을 설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이제는 많이 떨어지고 집에서도 반대가 심합니다. 그만 쉬라고요. 그래도 희망을 갖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저의 소중한 꿈이니까요."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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