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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기해(己亥)년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각종 언론에서는 2019년 기해년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한 달쯤 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해년에는 최고통치자에 얽힌 정치적 풍랑이 거셌다. 그런 의미에서 기해년의 새해가 밝았다는 말은 그리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는 정치적 전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 관계에 레임덕이 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임기 6년차의 저주’라는 연구 논문이 나와 있는 걸 보면 대통령제 아래서는 레임덕 문제가 책임정치의 장애 사유가 되는 것을 회피하기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만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비교해 보면 ‘임기 3년차의 저주’라고 해야 할 형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발언한 연설 원고의 한 부분이다. 요지는 상황이 안 좋아서 내리막으로 가는 어려운 시기가 거의 운명적으로 도래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위기의 시대일수록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정치 지도자를 탄생시켰고, 그 덕분에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꽤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명저 「대격변 시대의 리더십」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미국이 중대한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의 대통령 역할을 집중 분석하면서 ‘유연성과 겸손, 경청 능력, 부정적 본능 억제력, 원대한 비전’ 등을 정리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리더에게는 시대의 문제를 정확히 헤아리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했다. 결국 정치적 이념이나 자신의 신념이라는 이유로 고집을 부리기보다 실사구시의 자세가 위기에서 시대를 구한 비결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3년차의 위기’에 직면했다. 김대중 정권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빛나는 치적에도 잇따른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고, 노무현 정권은 2005년 행담도 개발 의혹이 터지고 부동산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 정권은 2010년 민간인 사찰, 영포라인의 의혹에 휩쓸렸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도 결정타가 됐다. 박근혜 정권은 2015년 비선 실세 파동에 이어 ‘성완종 리스트’ 당청 갈등이 나타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환경도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도 경제·민생에서의 실적 부진이 지지율 급락을 가져왔고, 범여권 정당의 연대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집권 3년차 증후군을 겪는 반복된 역사가 거듭될 것인지 아니면 전인미답의 극복을 할 것인지?

 우리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일은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로 압축된다. 이보다 중요한 목표는 없다. 나라를 지키고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최고통치자의 최대 덕목이라고 여기는 건 동서고금 예외가 없는 분명한 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 이 점을 충분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북한과의 불가역적 평화를 얘기하고, 소득주도성장 등의 경제 발전을 내세우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링컨이나 루스벨트 등이 어떻게 시대적 위기를 극복했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을 터이다. 촛불혁명의 정치적 계승자를 자임하면서 우리의 정치·사회적 조건에서 가능한 진보적 가치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생떼정치로 흠집 내는 반대 세력의 견제 속에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동안 여러 정치적 사안에서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아마추어 같은 미숙함과 무능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들 집권세력은 그동안 지향해온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책화하여 현실 속에서 정교하게 실현해 내는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나 아베, 푸틴이나 김정은, 그리고 트럼프 등 최고통치자가 보여주는 장단점에서 취해야 할 부분은 뭘까? 그들에서 배울 반면교사는 또 뭘까?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아픔과 미래를 향해 정말 중요하고 구체적으로 펼쳐야 할 정책과 실천 역량의 발휘다. 모든 정치세력이 머리를 맞대고 건설적 비판을 할 때 겸허히 수용하는 생산적 소통이 절실히 요구된다. ‘집권 3년차 증후군’에 맞설 실사구시의 리더십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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