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星湖) 이익(李瀷 : 1681~1763)은 인색과 관련해 「성호사설(星湖僿說)」 ‘잡찬(雜簒)’에서 두 가지 경계를 이야기했다. 우선 자신에게 인색한 경우로 잘 먹지도, 잘 입지도 못하고, 치료도 제대로 못 해본 채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하나는 남에게 인색한 경우로 자기에게 필요치 않은 것이라도 남에게 주는 것을 무조건 싫어해 자기 배는 부르고, 남겨두면 음식이 상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 영향이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지난해 마지막 날, 한 사찰(寺刹)에 갔다가 관인후덕(寬仁厚德)이라고 적힌 족자를 주지스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어질고 너그럽고 덕이 두터운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관인후덕한 군자(君子)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든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관인 후덕한 사람이 꼭 돼야 한다"고 당부도 하신다.

 사무실 벽에 걸어 놓은 족자를 바라보며 그동안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지난날을 반추해 볼 때 그동안 나는 관인후덕한 사람으로 살아 온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남은 인생이라도 인색하고 야박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색한 것에도 여러 가지가 종류가 있다. 자신에게는 후하면서 남에게는 인색한 경우가 있고 반면 자신에게는 인색하면서 남에게는 후한 경우도 있다. 또한 자신과 남 모두에게 인색한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이 인색하다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그 인색함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할 것 같고 덕을 쌓아야 할 것 같다.

 덕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평생 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것이다. 성실하고 후덕하게 살면 지식과 사리 분별력 등이 나이만큼 쌓이는 것 같다. 새해부터는 좀 더 인자하고 겸손하며 후덕한 인품이 될 수 있도록 힘쓸 생각이다.

 그리고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관인후덕한 성품으로 거듭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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