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사령탑이 바뀌면서 다양한 전술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시즌을 맞게 된 홈런 군단 SK의 변화 중 타순 구성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데이터 분석과 응용에 일가견을 보인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2017년부터 2년 연속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타순표를 선보였다. 2017년 정규리그 144경기 중 141번, 2018년 129차례나 다른 타순표를 썼다.

이에 반해 염 감독은 대척점에 있다. 히어로즈를 지휘하던 2013∼2016년 그는 타순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 당시 박병호, 강정호(현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파괴력 넘치는 타자를 거느린 가운데 2013년 87차례, 2014년 80차례 다른 타순표를 썼다. 강정호가 미국으로 건너간 2015년 102차례로 늘었고, 박병호마저 미국행을 선택한 2016년엔 97차례였다.

염 감독은 중심 타자의 이탈로 다양한 타순표를 짜야 했지만 작성 횟수에선 4년 내리 7∼8위권에 머물렀다. 변화무쌍한 힐만 감독과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걸 보여 준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 마무리 훈련 때 선수들에게 숙제를 내준 바 있다. 새 시즌을 대비해 주전과 후보를 일찌감치 가르고 그에 맞춰 스프링캠프에서 보직에 맞게 알아서 움직이도록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무한 생존경쟁을 치르는 것보다 미리 설계된 계획에 따라 기량을 쌓는 게 선수나 팀 모두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염 감독은 당시 타순을 짤 때 팀보다 선수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선수가 몇 번 타순에 들어가야 개인 성적이 더 잘 나올지를 고민했고, 어떻게 해야 전체 타순으로 원활하게 연결될지를 따져 봤다. 선수 개인 성적이 잘 나오면 팀 순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지론이었다. 감독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진행한 지난해 SK 마무리 훈련 때도 선수들에게 비슷한 구상을 밝혔다.

SK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염 감독은 미국 현지 훈련을 떠나는 30일 전까지 타순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느라 바쁘게 일과를 보낼 예정이다. 후보 선수층이 얇았던 히어로즈 시절과 달리 가용 자원이 풍부한 SK에서 홈런 이외의 방법으로 더 많은 점수를 뽑기 위해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염 감독은 힐만 전 감독 시절 높은 승률을 올린 타순과 자신이 구상한 타순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돌려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고 한다.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우승팀 SK였다. 다만, 염경엽 감독은 ‘우승팀’ 감독이지 ‘우승한’ 감독은 아니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올해 말보다 실력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SK는 30일부터 3월 10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염 감독이 이 기간 어떤 포부로 팀을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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