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사과 없는 양승태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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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과 사과 없는 양승태의 품위?
이기문 변호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01.2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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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23일에는 공교롭게 서울고등법원 재판이 있었다. 통상처럼 서초법원 후문을 들어가려고 검찰청 정문을 통과했는데 경찰들이 막았다. 통제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걸어서 법정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아침부터 아수라장이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양 그룹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마이크 소리가 요란하다. 한쪽에서는 ‘양승태 구속하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영장을 기각하라!’고 하고 난리들이었다. 사법 거래 주범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날의 서초법원 앞의 모습이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 자체가 우리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법조인으로서 길을 걸으면서도 감히 상상도 못하던 사법거래 내역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공범이었던 임종헌 전 차장의 구속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사법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며, 헌법재판소의 비밀을 빼오게 하고, 강제노역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그대로 이행하는 등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법권 독립의 정신을 외면한, 사법부의 수장의 마지막 길은 결국 구속되는 길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도 무시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 반성도 없었다. 일국의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이라면 당연히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으로 시작해야 했다. 그것이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법원장의 품위였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말이다. 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만 재판을 해야 한다. 여론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독립도 필요하며 오로지 법리와의 전쟁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억울함이 없는 재판을 하는 것이 사법부의 사명이다. 그 길을 안내하고 수호하는 것이 수장인 대법원장이 지향해야 할 품위이기도 하다.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리스어 카키스토스(나쁘다의 최상급)와 크라티아(지배)가 합성된 말이다. 가장 나쁜 자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사법부의 수장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결국 우리 사법사상 전형적인 카키스토크라시의 대명사가 됐다. 이 때문에 오늘 우리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고, 사법 불신 현상이 극에 달해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소식은 국민 모두를 참담케 했다. 그가 원했던 상고법원제는 우리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 제도였다. 이를 향한 그의 집념이 오늘의 이 참담함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상고법원제를 향한 그의 잘못된 집념이 가져다 준 참담함이다. 부끄러운 카키스토크라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사법부 구성원에게 요구한다.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그리고 오로지 법리와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을 해 줄 것을 말이다.

 법관 개인의 감정이나 지식에 의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선 법관들의 양식 없는 재판 진행도 이번 기회에 사라졌으면 좋겠다. 조폭 두목과 같은 최악의 지도자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됐던 사법부를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19세기 미국의 문필가 제임스 로웰이 "우리가 지금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인지, 아니면 악당들이 바보들을 등쳐먹는 카키스토크라시인지"를 대조했었지만, 더 이상 우리는 이를 대조하고 싶지 않다. 진정한 아리스토크라시를 원한다.

 법치와 무법을 분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결코 주어진 법조문 또는 사법제도에 있지 않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법리와 양심에 의한 재판을 해야 살아난다. 진정으로 사법 구성원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재판을 함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이 되게 하고, 그로 인해 사법의 불신이 해소됐으면 좋겠다. 사법부 구성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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