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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욱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2012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가 점차 늘어나 2030년 전에 1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 증가는 국가적으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치매의 여러 종류 중에서 예방이 가능한 혈관성 치매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제언하고자 합니다.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치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 원인으로 유전적인 요인을 포함해 다양한 것들이 알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완치 방법은 없습니다. 그와 비교하여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을 받게 되고, 손상된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인지능력 장애를 의미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반드시 기억력 장애를 동반하는 뇌의 다양한 기능의 저하가 있어야 하지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기억력 장애 없이 도구 사용 능력 감소, 계산 능력 감소, 언어 능력 등 손상된 뇌세포의 기능저하만 나타나기도 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많은 치매의 종류로 전체의 2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미국, 유럽과는 달리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좀 더 흔하며,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구분이 어려운 복합 치매도 있어 그 빈도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의 원인은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과 동일합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과도한 음주, 담배, 비만,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 등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잘 조절한다면 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해 2차적으로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건강 검진의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국가에서는 생애 주기에 맞춰 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있고 이러한 항목에 조금씩 치매와 관련된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전 국민적으로 홍보가 필요합니다. 위에 열거한 위험 인자의 조절이 매우 중요함을 알리고, 그 목표 기준에 대해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외래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환자들 대부분이 위에 열거한 내용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데, 어느 정도로 조절을 해야 하는 지, 검사를 하는 주기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면 고혈압이 위험한 것은 알지만 정상 혈압이 얼마인지, 측정은 언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당뇨병과 고지혈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서 조절이 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함에도 대부분은 한 번 검사 후 약을 먹으면 증상이 생길 때까지 재검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였습니다. 때문에 의학적인 근거에 따른 검사 항목, 검사 주기, 질환을 막기 위한 목표 수치 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주치의 제도를 고려했으면 합니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경우 진단 후 주기적인 혈액 및 영상 검사, 인지 능력 평가 등 생을 마칠 때까지 관리가 필요합니다.

 국민적인 홍보를 통해서 가족과 개인이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면 매우 좋겠으나,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노인이 증가하고, 이러한 노인들의 인지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개인과 가족이 관리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이에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을 통해 주치의 개념으로 주기적인 진료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검사한 내용의 정리도 중요합니다. 질환 악화로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하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병원을 옮기게 될 경우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항목이 중복되지 않고, 진료가 연속될 수 있도록 검사한 정보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95%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앱의 자료를 각 병원의 전산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면 소견서나 진단서, 검사 기록지 등 종이를 통한 진료 기록의 이동을 줄일 수 있고, 정보 소실 없이 체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검사 및 검진을 통한 혈관성 위험인자의 적절한 조절이 혈관성 치매의 발병을 줄일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어떠한 종류의 치매든 증상이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는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치매 약물은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뇌세포의 신경 전달을 활성화하는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가 매우 진행된 상황에서는 남아 있는 뇌세포의 수가 현저히 적어 약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험 인자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와 더불어 인지기능의 악화를 조기에 발견해 현재 사용 가능한 약물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혈관성 치매의 발생을 매우 늦추거나 예방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뇌세포를 재생시키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줄기 세포 치료 등 뇌세포 재생과 관련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뇌세포 재생을 통해 치매를 완치할 수 있기를 치매 치료를 하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 오늘도 두 손 모아 기도 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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