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이미 탄탄하게 준비를 마쳤고, 공간 등 여러 조건들이 갖춰져 가고 있어요. 주민들이 중심이 된 만부는 자기 집도 좋아지고, 공간도 좋아지고, 일자리도 생기고, 놀거리도 생기는 그런 마을로 거듭날 것입니다."

 인천에서 가장 먼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시작한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일원에 위치한 ‘만부마을’. 만부마을 도시재생사업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주민들과 함께 추진한 이가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연락을 해 모실 정도로 주민들이 믿고 따르는 신중진(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만부마을 총괄코디네이터)도시재생지원센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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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센터장은 2010년 대학원 수업을 위해 만부마을을 찾으면서 첫 인연을 맺었고, 만부마을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참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주민들에게 제시한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만부마을 도시재생 총책임자인 총괄코디네이터로 선임됐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인생과 진로를 개척해 가던 신 센터장은 어느 날 서울에서 받았던 기회와 경험을 지역에도 전하고 싶었고, 그 첫 행선지로 만부마을을 택했다. 도시재생으로는 서울 창신·숭인마을 가꾸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에게 만부마을은 두 번째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런 그가 인천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도시재생은 보통 4년 정도 걸리는 사업으로,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기간 동안 거의 그 지역에서 살다시피 해야 한다. 갈등하던 중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만부마을 주민이었다.


 신 센터장은 "만약 공무원이 저에게 연락을 했더라면 절대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학원 수업 때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던 주민대표가 여러 차례 연락이 와 만부마을 도시재생을 같이 하자고, 도와 달라고 해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주민들에 대한 신 센터장의 애정과 신뢰는 남다르다.

 "만부마을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만부 주민들의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민들은 2014년부터 시작된 주거환경 개선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해 전문가들을 찾고, 기관을 찾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주민들 스스로 도시재생에 앞장선 것이지요. 도시재생으로 마을을 다시 한 번 바꿔 보자는 마음과 기회를 얻고자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지요."

 신 센터장은 만부마을이 앞으로 도시재생의 성공적 모델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주민들의 의지와 도시재생의 조건 및 환경을 꼽았다.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마을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는 바로 행동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주민의 의지를 살려 일반적 주민협의체가 아닌 법인 격을 가지고 있는 주민조직을 만들어 결속력 있게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과 달리 주변에 도로와 공원, 산 등 공간환경과 어우러진 건축물(집)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그것이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33㎡밖에 안 되는 여러 가구들을 소단위로 신·증축 또는 집수리 등을 통해 정비해 나가면서 주민들을 계속 살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또 그것을 통해 단순히 주민들만 오래 살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도 만들고, 적정 소득도 생기고, 공간환경 활용 등으로 주민들이 인생 2모작·3모작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이 만부마을이지요."

 신 센터장은 무엇보다 이런 만부마을의 특성이 도시재생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부마을 주민의 결속력과 추진력으로 다른 지역 도시재생에 비해 빠른 진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지방선거가 있었지만, 만부는 주민들의 선행학습과 주민·전문가·행정기관 등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선거라는 큰 장애물에도 현재까지 순탄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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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가까이 만부마을 주민들과 도시재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 센터장은 주민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그는 이제 자신이 빠져도 주민들 스스로 만부마을 도시재생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인천지역 전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만부마을 도시재생에 있어 저는 이제 센터장이 아닌 조합원의 역할로 돌아가 함께 이 마을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봐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성공적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사업 주체들과 구성원이 서로 소통하면서 지속성을 이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고, 특히 행정기관은 절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선출직들은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재생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제시했다. "저의 역할은 아주 간단합니다. ‘질·양·속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방향’을 제대로 알려 주는 것입니다. 제가 만부마을을 선택한 것은 그동안 주민들과 같이 하면서 가장 만부다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만부와 저는 서로 동등하며, 저 역시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보다 저의 지식을 나눠 주려고 할 뿐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행복해요."

 끝으로 도시재생 추진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했다. 그것은 주민들의 지침과 갈등이라고 했다.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은 주민들이 지치는 것과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입니다. 갈등이 생길 때 그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알려 주려 하지 말고 기다림의 미덕을 알려 줘야 합니다. 또 갈등보다 힘든 것이 지치는 것입니다. 지침을 유발하는 가장 큰 것은 ‘리셋, 다시 하자’는 것이지요.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사업 구성원들이 고민하는 것을 먼저 고민하면 됩니다. 그런 후에 조절해 가면 되는 것이지요."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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