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은 구역을 다 밀어 버리고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을 혼합해 상가 등을 함께 짓는 방식이죠. 하지만 도시재생은 있는 상태에서 새롭게 바꿔 쓰는 개념입니다. 낙후된 시설을 조정하고, 우리 만부마을처럼 마을이 자생할 수 있도록 조합도 만들죠. 어떻게 보면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업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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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찬(60)인천시 남동구 도시관리과장의 말이다.

 이 과장은 1993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무원으로 지내왔다. 그리고 지금은 정년을 4개월 앞두고 있다. "토목직인데, 도시재생사업은 과장을 맡으며 처음 접해 봤습니다. 초기에는 오해도 했죠. 재개발과 다르게 확 달라지는 모습이 없었으니까요. 재생이라는 것은 주민들이 100% 찬성해야만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마을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정 공간이 꼭 필요한데, 해당 소유주가 팔지 않겠다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금액을 다 줄 수도 없으니까요."

 처음 접한 도시재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재생사업은 모든 주민들을 다 잘 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어려운 분도 있고, 새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한 주민도 있죠. 그래서 만부마을에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습니다. 마을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협동이 잘 되면 적게 벌더라도 주민들이 단합해서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에 참여한 주민들이 보수도 받고 조금 더 나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부마을은 2017년 말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국비와 지방비로 총 100억 원이 투입된다. 남동구는 재생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먼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남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마련했다.

 "협동조합이 쓸 수 있는 공간은 이미 국토부 선정 전에 마련했습니다. 최근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도시재생지원센터로 바꿔 놓은 거죠. 또 일부 건물을 구가 매입해 허물고 다시 지어서 조합 주민들이 장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게 됩니다. 서로 협동·단결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거죠. 초기에는 도로를 내고 좋지 않은 주택지를 매입해 철거하는 부분도 중요했습니다. 차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된 동네였거든요. 또 공가나 폐가가 드문드문 있다 보니 동네 환경도 좋지 않았죠."

 남동구는 현재 남촌동의 남촌마을과 구월3동 먹자골목 등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이며, 시와 순차적으로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와 협의가 마무리된 지역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용역을 발주하고 조성계획을 구체화해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신청한다.

 "도시재생의 최후 단계는 조합을 결성해서 마을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겁니다. 관은 그 전까지 주민들을 교육시키고 관리자들이 이끌어 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역할이죠. 우리는 총 3년을 보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나면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넘겨줄 계획입니다. 주민들이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청의 역할인 겁니다."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쳐다만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적극성을 갖고 참여해야 합니다. 주민이 없다면 재생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각각이 참여해 ‘좋고’, ‘나쁘고’를 지적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의견을 제출해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이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현상에 맞도록 하나하나 따져 가면서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고, 마을의 특징을 살린다면 주민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이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 직장을 구하지 않아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만부마을은 청년보다 노인이 많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시재생에 맞춰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이들이 참여해 활기 있는 마을이 되도록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게 이 과장의 바람이다.

 "구에서 매입한 건물이 있어요. 주민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커피 전문점이나 마을에서 필요한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을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개인 소유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없애 주는 방식이죠. 주민들이 열심히 노력할수록 소득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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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부마을 북쪽은 광학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공기가 좋고 힐링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지닌다. 또 마을의 일부 공간에서는 방문객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모습도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입지를 살려 주민의 소득 창출과 연계하겠다는 목표다.

 "만부마을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는 몇 년 지나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뿌듯합니다. 남동구의 발전을 위해 이곳뿐 아니라 남촌동과 구월3동 등 지역의 재생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이 과장은 반년도 남지 않은 공직생활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아직 만부마을에는 지구단위계획이 미흡합니다. 마을의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도로의 폭을 넓히거나 건물을 1m, 2m 후퇴해 짓는다든지 등 지금부터 도시계획을 구상해야 합니다. 현재 필요하다는 이유로 들쑥날쑥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후를 내다봐야 합니다. 미래의 도시를 재단하는 거죠."

 이 과장은 "앞으로도 도시재생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마을의 특징을 살려 도시계획을 선점해 만들고, 재생사업이 녹아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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