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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아나운서로서 방송활동을 해오면서 종종 원고 청탁을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덕에, 없는 글솜씨를 그러모아 수년 동안 여러 매체에 부족한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졸저도 2권이나 냈고 덕분에 ‘말쟁이’로 뿐만 아니라 ‘글쟁이’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위대해 보입니다. 요즘에는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종이책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바일 시대이기 때문에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한 1인 출판이 손쉽게 가능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기반으로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독서를 할 수 있는 전자책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습니다. 저도 우연한 기회에 그 앱에 가입하게 되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상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프랑스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다비드 포앙키노스가 쓴 「앙리 픽 미스터리」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2016년 20만 부 이상 팔리며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프랑스의 한 소도시의 시립도서관장이 ‘누구도 원하지 않은 책들의 도서관’을 만듭니다. 출판사들에게 거절당한 원고들로 도서관을 만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고 사람들은 실제로 원고를 갖다 내러 이 도서관까지 찾아옵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나 이 중 ‘앙리 픽’이 쓴 「사랑의 마지막 순간들」 이라는 원고가 책으로 출간되고 베스트셀러가 돼서 문학계를 뒤흔들게 됩니다. 앙리 픽은 누구인지, 그가 쓴 작품이 맞는지, 그가 작가가 아니라면 실제 그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인지 등 책의 저자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하고 발랄한 이야기와 반전이 거듭되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굳이 장르를 논하자면 ‘문학 로맨스 코미디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내고 싶은 작가들과 베스트셀러를 찾는 책 사냥꾼들의 모험담이 담긴 ‘앙리 픽 미스터리’는 비록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이지만 문학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프랑스에는 꽤나 많다고 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출판되지 않은 원고들만을 모아두는 도서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꽤 큰 반향을 불러 올 듯합니다.

 일반인들의 ‘글쓰기’를 돕는 책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쇼생크탈출」, 「미저리」, 「그린마일」 등 30여 년간 무려 500편의 소설을 발표한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문장력을 기르거나 글 쓰는 요령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용서의 범주를 벗어나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라는 스티븐 킹의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습니다. 또 다른 글쓰기 교본에서는 하루 몇 분씩일지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훈련을 제안합니다. ‘작문’의 근육을 키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자기표현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글쓰기가 중요한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글쓰기는 소통의 훌륭한 방법입니다. 새로운 봄의 약동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지금부터라도 여러분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시면 어떨까요? 앙리 픽처럼 ‘못다 이룬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닐지라도, 스티븐 킹처럼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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