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유관순 이야기
105분 / 드라마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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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만세운동 후 9.9㎡도 안 되는 서대문감옥 8호실에서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만세운동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후 서대문감옥에서 옥살이를 시작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금껏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또 일 년 후 1920년 3월 1일에 만세운동 1주년을 기념하며 ‘여옥사 8호실’에서 만세운동이 시작됐다는 이야기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8호실 감옥에는 유관순 외에도 수원에서 30여 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했던 기생 김향화, 다방 직원이었던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다 아들을 잃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만석모, 아이를 가진 수감인으로 갖은 고생 속에서도 아이를 키워 낸 임명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사계절을 한 벌의 옷으로 버텨냈다. 누워서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에서 발이 붓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동그랗게 걸어야만 했다.

 영화는 100년 전의 독립운동가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항거한 모습과 3·1만세운동 속 익숙하게 알고 있던 위인들만이 아닌 평범한 여성이었던 다양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한다.

 영화에는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고아성부터 충무로의 개성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스크린을 꽉 채우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유관순’역을 맡은 고아성은 특히 고문으로 거의 먹지도 못하게 된 상황을 촬영할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열흘을 금식하며 유관순이 느꼈을 고통을 직접 느끼려고 하는 등 내면과 외면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빠져들기 위해 노력했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김새벽은 수원에서 기생 30여 명을 데리고 만세운동을 주도한 기생 ‘김향화’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눈빛을 보여 준다. 배우 김예은은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역을 맡아 실제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 준다.‘이옥이’역을 맡은 배우 정하담은 천진한 모습 뒤로 뜨거운 항일 의지를 품고 있는 인물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조민호 감독은 이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자유를 위한 갈망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흑백 클로즈업을 사용해 각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옥사 속 아주 작은 비중의 인물일지라도 엑스트라가 아닌 연극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을 기용해 그들의 눈빛과 몸짓 하나하나에 힘을 싣는 연출을 선보였다.

 특히 감독은 어두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자유와 해방을 향한 꿈을 굽히지 않았던 유관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독립운동가이기 전 열일곱 소녀였던 유관순의 감정과 심리 변화, 그리고 서대문감옥 ‘8호실 여성들’과 연대하는 유관순의 모습을 담아내 그동안 관객들이 몰랐던 유관순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이 영화는 지난 27일 개봉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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