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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장선 평택시장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1884년 작품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에는 물놀이하는 청년들 뒤편으로 공장의 굴뚝과 매연이 보인다. 현대의 상식대로라면 검은 매연이 나오는 공장 인근에서 수영을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검은 매연이 나오는 공장은 산업화의 상징이었을 뿐,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개념은 희미했다. 1952년이 돼서야 영국의 ‘그레이트 스모그’로 자동차나 공장 매연의 심각성을 인류는 깨닫게 됐을 뿐이다.

 이렇게 인류는 문명 발달 혹은 기술 발전으로 지구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이어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1869년 당구공 재료로 쓰이던 상아값이 치솟자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처음 사용된 플라스틱이 이제는 생활 곳곳에서 발견된다.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에 플라스틱은 ‘꿈의 물질’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꿈의 물질을 위해 인류 대신 자연이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낀 바다거북, 뱃속에 80여 개의 비닐봉지가 들어 있던 돌고래, 자기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는 알바트로스까지 ‘플라스틱의 역습’을 고발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가슴을 한 대 얻어맞은 듯 먹먹해진다.

 최근 언론을 통해 한국 등 21개국 39개 브랜드 천일염 중 36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사용이 자연을 위협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 기준 연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98.2kg으로 세계 1위였다. 2위 미국보다는 500g 많은 수준이지만, 3위인 프랑스에 비해서는 25kg 많은 사용량이다. 또한 일본 66.9kg, 중국 57.9kg에 비해서 한국인들은 너무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세계 모든 점포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고, 월트디즈니도 2019년 중반까지 디즈니랜드 등 회사가 소유 및 운영하는 모든 장소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카페전문점 안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형마트나 규모가 큰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또한 본인도 참여한 바 있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와 같은 환경운동이 진행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평택시도 전 직원이 일회용 컵 대신 개인용 컵이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우산용 비닐봉지를 우산 빗물제거기로 대체했다. 또한 평택시에서 진행되는 회의나 행사 때 다회용 컵과 접시 등을 비치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실제 플라스틱 사용 감소와 자연 생태계의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꾸준한 행동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본인부터도 플라스틱으로 야기되는 끔찍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행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는 않다. 1회용 젓가락 및 수저 사용하지 않기, 커피전문점에서도 텀블러에 음료받기,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포장이 간소한 제품 구매하기, 쓰레기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몸짓들이 하나하나 모인다면 ‘플라스틱 줄이기’가 일종의 운동이나 한때의 분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생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부끄러운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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