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중파 한 프로그램에서 가톨릭 신부를 주인공으로 다룬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신부는 비리에 물든 고위 권력층에 대항해 사회 정의를 구현하려고 한다. 여기서 시청자 눈길을 잡아당기는 점은 고위 권력층으로 나오는 부류가 검사와 경찰, 국회의원, 구청장 등 우리 사회에서 국민에게 가장 많은 봉사와 헌신이 따라와야 하는 직업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고위 권력층은 반대로 약한 자를 서슴지 않고 약탈하는 존재로 나온다. 특히 자신의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암흑세계의 깡패와도 기꺼이 손잡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부하직원을 무능력하고 조직 내에서 퇴출시켜야 할 대상으로 폄훼하기도 한다. 현실 부조리를 이야기의 소재로 자주 차용하는 드라마 특성상 일부 과장된 내용도 섞여 있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매일 뉴스에서 고위 권력층의 부패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2년 전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탄핵 선고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다른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재판을 받고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국민의 심복’을 자처하면서 국민을 위한 결정권을 지닌 고위직에 올라간 뒤에는 자신의 사적 이익과 기득권층을 대변하는데 그 권력을 남용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근데 국민은 무슨 죄인가. 우리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 두 명이 치욕스럽게도 권력을 잘못 행사한 탓에 철창에 갇히면서 그들을 뽑아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가 존속되는 동안에는 투표를 통해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지도자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 나라를 계속 이끌게 된다. 고대 이집트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왕도 결국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므로 결국 역사의 저편에서 후대가 평가하는 기록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영원한 권력과 부를 누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인간의 착각이고 오만이다. 그것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칠 때 인간에게 비극의 역사가 시작됐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부터 그 이후에 치러질 수많은 선거까지 우리 역사에서도 진정 국민을 위한 선한 권력을 쓰는 고관대작이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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