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얘기만 나오면 숨 넘어 갈듯 그 당위성을 토해냈다. 아닌 게 아니라 인천은 유독 닫힌 지방분권 탓에 서러움을 당했다. 내 땅을 내 땅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곳이 인천이다.

준설토투기장과 수도권매립지, 광역발전시설과 경제자유구역이 그렇다. 막상 행동하는 양심은 없었다. 부르짖던 준설토투기장 개발권 획득이나 수도권매립지관리권 이관은 그때뿐이었다. 마치 국가(위임)사무를 지방정부나 의회가 간섭하면 말아먹는다 식으로 폄훼하며 딴지도 걸었다. 기득권 세력과 중앙정부 출신의 정치인일수록 더했다. 외압에 못 이긴 인천시의회는 끝내 ‘동의’에서 ‘보고’로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본보는 중앙정부에 쏠린 힘에 숨죽인 지역 현안들을 4회에 걸쳐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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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제2 준설토 투기장 공사 현장.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은 하늘과 바다, 드넓은 땅을 지닌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발전 잠재 가능성도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동북아 비즈니스의 거점이자 환황해권 경제·교통의 중심지로 격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인천 앞바다만 봐도 사정은 그렇지 않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은 항만구역 및 면적 10만㎡ 이상의 바다 매립 시 해양수산부 장관의 매립면허를 받도록 하고 있다. 바닷속 뻘과 모래를 퍼내서 조성된 매립지(준설토투기장)의 주인은 중앙정부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땅이 영종도 준설토투기장(331만5천여㎡)이다. 뱃길을 열기 위해 인천 앞바다의 자재(資材)를 사용했지만 땅 주인은 해수부 산하기관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다.

해수부는 2012년 이 땅에 민간투자를 받아 종합비즈니스관광레저단지(한상드림아일랜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인천시나 지역주민들의 의사는 안중에 없었다.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는 환경 변화에 따른 피해와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당함을 해수부에 제기했다. 한편에서는 바로 옆 영종도 미단시티 내 복합리조트 사업과의 중복 투자 논란도 거셌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는 이 사업 추진 과정을 비롯해 미단시티로 진입하는 교량·도로 건설, 하수처리, 상수 공급, 공공시설 기부채납 문제 등에 대해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여기에 2018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던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지연됐지만 이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지방공무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인천해수청은 지난달 21일에야 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해 오는 6월께는 공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1단계 준설토투기장과 맞닿은 2단계 준설토투기장은 또 어떤가. 시와 경기도, 서울시가 진행한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에서 이곳이 대체 매립지 유력 후보지로 검토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땅 주인과도 협의된 내용이 아니어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해수부와 인천항만공사(IPA)의 ‘인천내항 재개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역 내에서 내항 재개발의 목소리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논의 중이다.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개발에 따른 이익금을 내항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종전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 도시계획의 컨트롤타워인 시의 위상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1만8천여 가구가 들어서는 송도국제도시 8공구도 비슷한 처지다. 경제자유구역이지만 바로 옆 9공구는 인천해수청 소유의 땅이어서 쓰레기 집하장 이전 문제나 9공구 쪽 진출입 도로 개설에 인천경제청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로와 지하철, 고속도로 건설 문제도 원활하지 않다.

시 지방분권정책협의회 관계자는 "중구난방인 계획들을 하나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공유수면 매립 권한 및 소관의 지자체 이관이 필수적이며 인천해수청, IPA 등의 사무도 지방으로 이양하든지, 이 기관의 절반 이상을 지역 공무원으로 채워야 한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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