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한류’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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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한류’를 만들어 나가자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04.18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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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지난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날이었다. 임시정부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은 ‘국민주권(주권재민)’을 선언한 것이다. 국민주권주의는 국가의 주권을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갖는다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전제가 된다. 우리 헌법은 임시정부의 헌법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다(제1조 제2항).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민주주의 사상을 숭상했다.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과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들의 민본사상도 민주주의 정신에 터 잡고 있다.

 중국의 사상가들도 민주주의 사상을 설파했다. 맹자는 "인민이 가장 귀하고, 국가가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경하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經)"라고 했고, 순자도 "하늘이 백성을 낳은 것은 임금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하늘이 임금을 세운 것은 백성을 위한 것이다(天之生民, 非爲君也, 天之立君, 以爲民也)"라고 했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 사상은 한국, 중국 등 동양에서도 발전됐지만,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민주주의의 발달과 제도화는 서양에서 비롯됐다. 특히 영국의 마그나카르타(1215년), 권리청원(1628년), 명예혁명(1688년), 권리장전(1689년), 프랑스대혁명(1789년), 미국의 독립선언(1776년), 세계인권선언(1948년)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 서양에서 또는 서양의 주도하에 발생했고, 사회계약설, 권력분립이론 등의 민주주의 법이론도 서양의 학자들에 의해 주창됐다.

 오늘날엔 동양의 나라들도 서양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 발전 양상은 나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고 개인 숭상이 강조되는 등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영향에 있는 홍콩에서조차 최근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정치 관련 서적 출판과 유통에 대한 규제 등). 일본의 경우에는 비교적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편이지만, 자유민주당의 집권이 오래 지속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엔 ‘손타쿠(忖度, 촌탁)’가 유행어로 됐다. 손타쿠는 원래 ‘타인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이지만, ‘상부(上部)의 심기를 살피고 알아서 긴다’는 부정적 의미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일본에선 아키히토 일왕의 이달 말 퇴위와 나루히토 왕세자의 다음 달 1일 즉위를 앞두고 경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군민일체(君民一體)’를 내세우는 천황제가 민주주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아무튼 일본의 민주주의 발전 수준도 훌륭한 편은 아니다.

 한편,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기타 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도 별로 높지 않다. 이렇게 보면, 동양에서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이 그나마 모범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 국민의 핏속에는 민주주의의 디엔에이(DNA)가 있는 것 같다. 폭정에 맞선 국민들의 투쟁사가 많다. 동학혁명(1894년), 3·1운동(1919년), 4·19혁명(1960년), 5·18광주민주화운동(1980년), 6월 민주항쟁(1987년), 촛불시민혁명(2016~2017년)으로 국민주권 선언과 저항권 행사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졌다.

 주변의 국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예를 들면,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에, 6월 민주항쟁은 중국의 천안문 사건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의 민주화 운동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이런 빛나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확산의 사례들을 K팝처럼 한류(韓流)로 만들어 나가자.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민주주의 역사·문화·제도를 공부하게 하고, 광화문 광장 등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과 명소를 잘 가꾸어 관광산업도 진흥하자. 또한, 앞으로 더욱더 민주주의를 모범적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민주주의로 일본, 중국, 북한을 확실히 앞서자.

 ‘민주주의 1등 국가’가 ‘경제력 1등 국가’, ‘군사력 1등 국가’보다 더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4·11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4·19혁명 59주년을 맞으며 이런 상념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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