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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존재와 무」라는 책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의 명언 중에 ‘인생이란 B와 D 사이의 C이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 즉 살아있는 동안 줄곧 선택(Choice)만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삶의 행복과 불행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사람과의 결혼이 옳은 판단일까? 이 사업에 새롭게 도전해볼까, 아니면 하지 말까? 아이를 공교육기관에 보낼까, 아니면 대안학교에 보낼까? 이렇게 우리는 수시로 크든 작든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때 선택한 것이 미래의 우리를 흡족하게도 만들고 절망하게도 만듭니다. 이렇듯 순간순간의 선택이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느 목사님이 말씀하신 예화가 제 기억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의 소년시절 일화였는데요. 소년 레이건이 그때 깨달았던 지혜가 훗날 대통령이 돼서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새 구두를 맞춰주겠다는 숙모님을 따라 소년은 기쁜 마음으로 구둣방에 갔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그의 발 치수를 잰 뒤 물었습니다. "얘야, 구두 끝을 둥글게 해 줄까, 아니면 각이 지게 해줄까?"

 레이건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어떤 모양이 더 멋있을까를 생각하며 망설이고 있는 그에게 아저씨는 잘 생각해 보고 나중에 와서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 레이건은 길에서 우연히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 아저씨가 구두모양을 결정했냐고 물었지만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레이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가지 모양이 모두 멋질 것 같아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정 그렇다면 일주일 후에 구두를 찾으러 오너라. 내가 알아서 만들어놓을 테니." 그 말에 소년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솜씨 좋은 아저씨니까 자신의 구두를 멋지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지요.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서 구두를 본 간 레이건은 깜짝 놀랐습니다. 한 짝은 각이 졌고, 다른 한 짝은 둥글게 만들어진 짝짝이 구두였으니까요. 어쩔 줄 몰라 하는 레이건에게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너는 이 구두를 통해서 너의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을 거야. 이처럼 네가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일이란 걸 꼭 기억해라." 그 뒤 레이건은 이 경험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두었고, 가끔 사람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런 말을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는 바로 그때 그곳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엉뚱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맞습니다. 선택은 내가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 선택이 옳은 판단인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법이 있다면, 그래서 그 방법대로 선택했다면 더 열심히 달릴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행복학’을 가르쳤던 탈 벤 샤하르 교수가 제안한 방법입니다. 샤하르 교수에 의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고, 그 일이 미래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내가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 훗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내 삶의 주인은 ‘나’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즐겁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즐겁게 하는 일들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돼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삶이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어쩌면 행복하기 위한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지도 모릅니다. ‘나’도 즐겁고 동시에 ‘너’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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