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경남 진주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을 앓고 있던 40대 남성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4층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사망 5명과 중상 2명 등 총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는 평소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까지 당할 정도로 흉포한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치안당국의 소홀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경찰만의 잘못일까. 2017년 5월에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김모(35)씨가 A(당시 23·여)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진 사건도 있다. 김 씨 역시 조현병을 앓았다. 당시에도 잔혹한 범행에 조현병 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한 걸까.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범죄를 일으킨 정신질환자는 2014년 731명에서 2017년 937명으로 3년 새 28.2% 증가했다. 해마다 1천 건 가까이 발생하는 셈이다.

 모든 정신질환자를 범죄자 취급해선 안 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적극 예방과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얘기는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강력범죄 사건이 터지면 매번 똑같이 나오는 ‘단골 대책’이다. 나라가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니까 스스로 보호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여러 요소가 있지만 전쟁과 범죄, 자연재해 등에서 생명을 보호받지 못하면 결국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의 영역이다. 이게 무너지면 기본적인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언제까지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똑같이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고 면피용 대책을 내놨다가 다시 안 지켜져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을 되풀이할 것인가. 당장 국민적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속셈에서 나오는 대책 발표를 위한 대책보다 진짜로 국민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박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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