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은 지난 26일 포항 스틸러스전 후반 33분 교체 선수로 오현규를 투입했다. 그는 올해 만 18세로 수원 U-18팀 매탄고의 공격수였다. 이번 시즌부터 수원과 준프로계약을 맺어 K리그 사상 첫 ‘준프로선수 신분’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프로계약은 만 17세 이상부터 맺을 수 있다. 다만, 계약을 마친 선수는 유소년리그에선 뛸 수 없다. 프로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투입할 만한 유망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프로계약을 맺은 선수는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느라 경기 출전을 통한 기량 발전이 힘들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8년 3월 이사회를 통해 ‘준프로계약 제도’를 도입했다. 구단이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 중 고등학교 2∼3학년 재학생과 최대 2년간 계약할 수 있다. 프로계약과 달리 준프로계약을 맺은 선수는 K리그와 유소년리그 경기를 모두 치를 수 있다.

연맹은 특정 구단의 ‘유망주 싹쓸이’를 막기 위해 계약 체결 횟수를 팀당 연간 3회로 제한했다. 구단은 준프로계약이 종료되는 해 6월 30일까지 선수에게 프로계약 체결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선수에게 대학 진학 등 선택의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준프로계약 체결 사례는 총 4번 있었지만, 준프로계약 제도를 이용한 팀은 수원 삼성이 유일하다. 수원은 2018년 박지민과 김태환, 올해 오현규와 김상준을 영입했다. 이들 모두 매탄고 재학 중 계약을 체결했다. 오현규는 이들 중 가장 먼저, 고교생 신분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K리그에 데뷔했다.

고교생이 K리그 경기에 나선 첫 사례는 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김승규(빗셀 고베)다. 준프로계약 제도가 없었던 2008년이었다. 김승규는 고교 1학년 때인 2006년 울산과 프로계약을 했고, 2008년 11월 22일 포항 스틸러스와 플레이오프 연장 후반 교체 투입돼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일본은 일찍이 준프로계약 제도와 유사한 ‘프로 2종 계약’ 제도를 통해 유망주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구보 다케후사(FC도쿄)는 이 계약을 통해 2017년 만 16세에 J리그1(1부리그)에 데뷔했고, 리그 대표 ‘신성’으로 성장했다.

영국도 고등학교 재학 중인 유소년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프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장학금 제도’를 통해 유망주의 프로 경기 출전을 돕고 있다.

연맹은 "오현규의 사례처럼 준프로계약으로 인해 유망주 조기 발굴이 늘어나고 프로 데뷔도 빨라질 것이다. K리그 구단들이 유소년 클럽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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