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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7년 5월에 처음으로 몽골 인천 희망의 숲 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2008년부터 인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본 사업을 시행해오다가 2013년 인천시가 사업예산을 수립하게 되면서 시청에서 진행된 회의에 참석해 사업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은 들은 바 있지만 실제로 숲을 조성하는 현장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현장 답사 이후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관련 전문가들과 자문회의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하면서 지난 10년간의 몽골 인천 희망의 숲사업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2018년 말에는 추가로 확보한 기상자료와 울란바토르 시내를 답사하면서 확인한 식재 가능한 수종에 대한 판단 및 2017년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향후 사업방향을 요약집 형식으로 만들어 몽골 인천 희망의 숲사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현장을 방문하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첫 번째 사항은 황사가 일어나는 핵심지역인 몽골 고비사막을 비롯해 사막화가 심화된 몽골의 많은 지역에 나무를 심어 녹화를 성공시킬 기술과 성공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기술과 성공모델이 명확히 있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나서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 황사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국토의 평균 해발고가 1천500m이상인 고원지대이면서 건조하고 혹한의 겨울을 갖고 있는 넓디넓은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답을 찾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1단계(2008∼2017), 수도인 울란바토르시로 대상지를 옮긴 10년을 2단계(2018∼2027), 이후 3단계는 그간의 성과를 종합해 새로운 성공모델을 찾아가는 단계로 나아가자는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몇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마라톤 중에서도 사막을 건너는 울트라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는 장기사업인 것이다.

 인천 시민사회가 진행해 온 지난 10년간의 노력에 더해 2013년에 인천 시정부가 동참함으로써 예산이나 행정적인 문제는 크게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싶다. 2018년 인천 시정부와 울란바토르 시정부가 공식적으로 협약을 맺고 향후 10년간 식재사업과 연구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토지를 확보했고 상호 협력하기로 약조했다. 인천시의 사업예산도 작년에 이어 2019년분을 이미 확보했다. 시민사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몽골 현지 주민, 청소년들의 인식증진이나 지역주민의 자립기반 구축 등은 향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사업대상지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 경계 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 구성원들 간의 상호소통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몽골 인천 희망의 숲 사업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도전이라고 인식하면 좋겠다. 선의에 의한 해외 봉사활동을 넘어 사명감을 갖고 접근해야 할 사업으로 봐야 한다.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대로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모든 주체들 간의 꾸준한 만남과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모여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북돋아 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인간의 오만을 꾸짖는 거대한 모래바람을 조금이라도 잦아들게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몽골 인천 희망의 숲 시민협의회’라는 논의구조를 갖고 있다. 시민협의회를 통해 민과 관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을 초빙해 그들의 고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몽골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지자체, 기업, 단체, 심지어 산림청까지도 인천의 사례를 주의 깊게 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 성공모델이 그들과 함께 공유되고 황사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까지도 푸르게 만드는 희망을 품어보면서 향후 10년간 진행될 2단계 사업이 차근차근 성과를 보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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