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사재를 털어 수십 년간 안성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정민장학재단 설립자인 윤석헌(96)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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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이사장은 지난 25년간 안성지역 1천947명의 학생에게 총 6억여 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도 학생 90여 명에게 모두 3천만 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전달했다.

 윤 이사장은 단순히 장학금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학금을 받은 학생 가운데 학문적 성과를 이룬 학생들에게는 ‘정민문화상’도 함께 수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손주뻘 되는 학생들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의미 등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만족하지 말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23년 안성 고삼면에서 태어난 윤 이사장은 1954년 외무부 직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1967년 주 필리핀 대사, 1969년 외부무 차관, 1974년 주 프랑스 대사 겸 주 유네스코 대사 등을 역임했다.

 윤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한 건 1993년부터다. ‘나라가 잘 되려면 젊은 세대가 교육을 잘 받아야 하고, 나라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뜻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평소 소신이 계기가 됐다.

 윤 이사장은 그해 사비를 털어 청소년 장학재단인 ‘정민재단’을 설립하고, 수혜 대상자를 찾기 위해 안성교육지원청을 방문해 이때부터 매년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그가 가장 보람될 때는 장학금을 지원받아 공부한 학생들이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장학사업을 대물림할 때다. 실제 정민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 취업한 일부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전해오는 사례도 종종 있다.

 윤 이사장은 "이 세상에 왔다 가면서 조금이라도 뜻 있는 일을 하고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라며 "장학사업을 우리 가족사업으로 생각하고 내 삶이 다한 뒤에도 내 아들과 손자가 유지를 이어받아 끊임없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성=김진태 기자 kjt@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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