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러야 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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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물러야 할 자리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05.1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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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어느 청년이 대학생이던 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렸습니다. "서른 살까지는 공부와 예술적 재능을 키우고 그 이후의 삶은 봉사하겠다"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명확히 세우면 자연스레 노력할 겁니다. 그것도 치열하게 말입니다. 결국 그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철학박사와 신학박사가 됐고,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가 됐습니다.

 이만하면 요즘 말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성공은 순전히 청년 혼자만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룬 쾌거입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이룬 ‘최고 전문가’라는 지위, 그리고 그 지위가 만들어내는 역량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지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이룬 성공의 열매를 고스란히 ‘자신’만을 위해 쓰겠지만, 어떤 사람은 ‘남’을 위해 쓰기도 할 겁니다.

 청년은 대학시절에 설계한 자신의 꿈을 언제나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늘 ‘이제부터는 어떤 봉사를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가득했습니다.

 소망이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그 소망을 이루는 길이 보이는 법입니다. 어느 날, 아프리카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기록한 잡지를 우연히 읽은 것이 계기가 돼 ‘길’을 찾았습니다. 의사가 되어 그들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결심하고, 당시에 교수이던 그가 의학공부를 시작합니다.

 ‘교수가 다시 공부한다?’ 사람들은 비아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엉뚱한’ 일을 도모하면 주위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 스스로가 그런 일을 해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에 손가락질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은 남들도 하지 못할 거라고 여기곤 하니까요. 그러나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수로서의 가르치는 일과 학생으로서의 배우는 일에 매진한 결과, 삼십대 중반에 의학박사가 됐습니다.

 그는 아프리카 가봉으로 날아갔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닭장을 개조해 임시진료실을 만들어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을 짓기 위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틈만 나면 강연을 하러 다녔고, 틈틈이 책을 써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병원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몰입의 법칙」이라는 책에 나온 글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수감생활을 했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내도 병이 들었다. 그 자신도 이질과 결핵에 걸려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소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청년이 독자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슈바이처 박사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성취를 자신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으로 연결 짓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이기적인 사람들이 볼 때는 ‘바보 같은 삶’처럼 보일 정도로 지극히 평범하다는 겁니다. 대접받으려고 하거나 대중의 환호 소리를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갈 뿐이지요. 바보같이 말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유럽행 기차를 탔을 때, 취재기자들은 1등석이 아닌 땀 냄새로 가득한 3등 칸에서 청진기를 귀에 꽂고 진찰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물었습니다.

 "박사님, 편안한 자리를 두고 왜 여기서 고생을 하세요?"

 "나는 즐길 곳을 찾아 살아온 게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 즉 내가 머물러야 할 자리를 찾아다니며 살아왔어요. 바로 여기가 내 자리입니다."

 그가 머문 자리를 살피면서 제가 머물고 있는 자리를 돌아보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 성취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그 성취의 열매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한없이 작아져서 초라한 모습의 저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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