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란 양자의 다툼 과정에서 제3자가 뜻하지 않게 이익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전국 시대 진나라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천하통일을 이루려고 할 무렵, 당시 각국은 얽히고설켜 서로 잡아먹기 위해 으르렁거렸는데, 이때 나온 사자성어다. 이 말은 전국시대 연나라의 대신이던 소대가 이웃 조나라 혜문왕에게 화친을 권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에서 비롯됐다.

 소대는 조나라 혜문왕을 만나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번에 제가 이곳에 오는 길에 역수를 지나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는데, 그곳에서 입을 열고 있는 조개를 보았습니다. 그때 마침 조개를 본 도요새가 조갯살을 먹으려 부리를 조개 입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조개가 입을 다물어 버렸는데, 둘이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본 어부가 둘을 잡아가 버렸습니다.

 "연나라와 조나라가 서로 싸우면 이는 옆에 있는 진나라에 이익을 주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혜문왕이 가만히 들어보니 이치에 맞는 말로, 마침내 연나라 침공 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놓고 보면 이 고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도요새와 조개의 싸움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민생을 뒤로한 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이어가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하고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0.3%를 기록하는 등 경기하강 속도가 가파르다. 지금 글로벌 사회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렇듯 대외적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은 밥그릇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퇴보하지 않으려면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눈앞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말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서로 한 발짝만 물러선다면,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분쟁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일해 달라는 의미로 권력을 위임 받았으면 서로 싸우다 ‘어부지리(漁夫之利)’의 상황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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