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근무하다 무장괴한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 주모(62) 씨가 315일 만에 극적으로 석방되기까지는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특수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 문제를 두고 긴장 관계가 조성됐던 양국 관계가 일련의 정상회담으로 개선·격상되면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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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모하메드 UAE 왕세제와 공식환영식장으로 이동
(서울=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겸 통합군 부총사령관과 공식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2.27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2월 말 서울에서 개최된 한·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석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도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특별히 협력을 요청했다"며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귀환하는 성과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UAE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씨의 석방에 도움을 줬는지에 대한 질문에 "UAE 외교부가 리비아 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이끈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UAE가 (사건 발생) 지역에서 가진 영향력, 부족 간 협력관계 등을 동원해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수니파 이슬람권인 UAE와 리비아 임시정부는 2017년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에 우호적인 동시에 테러 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다른 수니파 국가와 함께 카타르와의 단교 대열에 동참한 바 있다.

이처럼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일련의 공통분모를 토대로 주씨의 석방에 UAE가 적잖은 역할을 했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울러 한·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주씨의 석방 지원을 약속한 만큼 양국은 납치 세력과의 협상 과정 등을 비교적 소상히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된 한·UAE 관계는 2017년 12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임종석 전 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이후 불거진 비밀 군사 MOU 갈등이 큰 틀에서 해소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바라카 원전 수주를 대가로 UAE 측에 유사시 한국군을 자동파병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비밀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이 MOU의 이행을 두고 '잡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해 문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앞서 특사로 파견됐을 때 만났던 임 전 실장과 재회해 군사협력 문제 등 갈등의 소지가 있었던 이슈를 '봉합'했다.

지난해 연말에 UAE를 방문하려던 문 대통령은 방문 시기를 앞당겨 관계 회복의 의지를 보였고, 올해 2월 모하메드 왕세제의 방한은 격상된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임 전 실장을 UAE 특임외교특보로 위촉하는 등 UAE와의 신뢰 관계를 이어가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노력이 결국 우리 국민의 극적인 석방이라는 결과를 낳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이 UAE에까지 협조를 요청해 사태 해결에 노력한 것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정부의 기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 외교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워낙 관심이 많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나라와 협의도 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아프리카 가나 근해에서 우리 국민 3명이 해적에 납치됐을 때도 청해부대 파견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을 최대한으로 기울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납치됐던 국민 3명은 한 달 뒤에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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