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jpg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 /사진 = 인천도시공사 제공
인천 검단신도시 이주자택지 수분양권(딱지) 전매 과정<본보 5월 16일자 1면 보도>에서 법의 빈틈을 노린 법조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법조인이 부추겨 시작된 소송 결과는 딱지를 팔아야 하는 원주민과 매수인 모두에게 실익이 되지 않는다.

20일 검단지역 주민단체와 지역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검단신도시 내에서 수분양권 매매계약에 대한 무효소송이 40여 건 이상 진행됐다. 수분양권은 택지개발지구 내에 거주하던 원주민이 이주자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택지 분양 권리다.

원주민들은 첫 토지 보상이 이뤄진 2010년부터 수분양권을 팔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주자택지 공급 대상인 380명 중 80% 이상이 수분양권을 매수자에게 넘긴 상태다.

문제는 법조인들이 검단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이미 수분양권을 판 원주민들을 접촉하면서 시작됐다. 토지 보상 직후 저렴한 가격에 넘긴 딱지를 더 비싼 가격에 팔게끔 도와준다며 분양권 매매계약 무효 소송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7천만 원 수준에서 시작한 이주자택지 수분양권은 2억 원을 호가하다가 현재 1억5천만 원 수준이다. 법조인들은 수분양권 거래에 대한 모호한 판례를 이용해 무효 소송이 가능하다고 원주민을 설득했다.

택지개발촉진법에는 택지 공급 이후의 전매행위는 규정하고 있지만 공급 전에 이뤄지는 수분양권에 대한 규정은 없다. 계약의 효력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판례였으나 2017년 공급 전 전매행위를 무효로 해석한 판결이 나오면서 해석이 분분해졌다.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일부 원주민들은 변호사 측과 계약을 맺고 무효 소송에 들어갔다. 대부분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일부는 진행 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 1월 제기된 무효 소송은 두 차례의 조정을 거쳐 매수인이 3천500만 원을 더 지불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원주민이 처음 판 딱지 가격은 7천500만 원이었다. 다수의 원주민들은 이 같은 소송전이 법조인의 ‘기획 영업’으로 보고 있다. 통상 합의금액의 30%가량을 소송대리인에 지불한다.

주민들은 법조인이 개입하는 소송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0년 말께 이주자택지가 공급된 이후에는 분양권의 가치가 치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개발된 고양시 향동지구에서는 택지 공급 시점에 무효 소송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대량으로 나붙었다.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브로커들에 의한 피해도 발생해 지금까지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장의 피해를 막을 방안이 시급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주민들은 시의회를 통해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불법행위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는 사인 간 사법적 거래행위에 사업시행자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는 수분양권 전매를 제한할 법령 개정을 국토부에 요청했으나 부처 의지에 따라 처리 시일은 무기한 길어질 수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검단신도시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