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세계보건기구)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날 통과된 새 기준은 28일 총회 전체 회의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정 논의는 마무리된 셈이다.

게임중독은 ‘6C51’이라는 질병코드를 부여받게 된다. 이는 2022년부터 WHO 회원국 194곳에서 적용된다.

질병코드가 생기면 각 나라의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통계를 작성해 이를 발표해야 한다. 또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 배정에 나서야 한다.

국가에서 선제적으로 질병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보면 게임중독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쉽다. 게임만이 지닌 매력과 가치, 발전 가능성을 절하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예술로서 평가를 받아왔던 장르인 문학과 연극을 비롯해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탄생한 영화까지 대중문화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게임은 유독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출시되는 작품들은 단순히 오락성을 넘어서 잘 짜여진 서사성은 물론 뛰어난 영상미, 사운드트랙(OST)까지 갖추고 있다.

이것까지는 다른 장르 매체와 비슷하다. 게임의 차별화된 점은 유저가 스스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난관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반복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를 풀어나간다.

부정적인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은 이렇게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가상의 세계에 몰입해서 일련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행위 자체가 실제 현실에서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폄하하는 측면이 높다.

과연 그럴까.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단편적인 영상을 주로 소비하는 시대에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새로운 대중문화 장르인 게임을 생산적으로 향유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요청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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