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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자동차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130여 년의 내연기관 역사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역시 주도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이를 섞은 공유경제이다. 일각에서는 CASE를 언급한다. ‘Connected’ 즉 커넥티드카, ‘Autonomous’ 즉 자율주행차, ‘Sharing’ 즉 모빌리티 셰어링, ‘Electrical’ 즉 전동화를 뜻한다.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빨리 변한다고도 한다. 누가 몸을 많이 섞고 적과의 동침도 즐기는 문화가 필요한 분위기이다. 그래서 글로벌 메이커들이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메이커들이 미래를 대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50% 미만의 부품과 확연히 다른 시스템으로 구성돼 기존 자동차 생산 생태계를 확연하게 변화시키는 모델이다.

 모빌리티 공유모델은 향후 지금보다 20~30% 적게 판매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그룹인 FCA가 르노그룹에 합병을 요청했다. 생각지도 못한 결합이다. 예전 같아서는 동일차종이 많고 같은 대중 브랜드인 만큼 시너지 효과보다는 비효율적인 마찰이 많을 제의였으나 현재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글로벌 시장이 가능해지고 전기차 같은 중소형차로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역시 모빌리티 셰어링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꿈꾸자는 제안이다. 여기에 르노는 닛산과 얼라이언스가 되어 있어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포석이다.

 과연 합병에 르노가 응할 것인가? 부정적인 요소보다 앞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르노삼성차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아직도 노사분규 중인 부산공장은 이미 르노그룹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줘 향후 호재보다 악재의 가능성도 크다. 예전과 같이 잘 나가는 부산공장이었다면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크라이슬러나 피아트 같은 다양한 차종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역시 르노삼성차도 더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공장은 혼류생산 방식으로 조건이 갖춰져 있는 만큼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이미 11개월 노사분규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키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연례 임단협 과정과 노사분규와 함께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의 1고 3저가 이미 배어있는 시장이다. 누구 하나 이제는 국내에다가 자동차 생산시설 조성은 물 건너 간 지역이라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관행처럼 고착화돼 있고 미래를 위한 대처는 남의 일로만 얽혀 있는 형국이다. 미래의 먹거리 중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차량 공유모델은 지난 6년간 대치 형국으로 한걸음도 진척시키지 못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활성화시킨다고 하고 있으나 일선에서 느끼는 흐름은 미세먼지만 느끼고 있다. 현재 미래를 보지 못하면서 과거에 매달려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연성이 떨어진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에 매달려 스타트 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해결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특히 무엇보다 정부의 바꾸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급격하게 미래를 준비하는데 우리는 과거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도 지난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몸을 섞기 시작했으나 속도를 올려야 하고 파격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뒤처진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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