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방뇨’란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뜻으로 잠시의 효력이 있을 뿐 그 효력은 없어지고 마침내는 더 나쁘게 될 일을 뜻한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를 비웃는 말로 미봉책이라는 말과 상통된 말이다. ‘고식지계’란 것이 분명 지혜와 재치를 필요로 하지만 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해 잘못된 고식지계는 더욱더 어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요즘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보면 ‘동족방뇨’란 말이 떠오른다. KB금융그룹의 ‘KB 자영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치킨집은 8만7천126곳이다. 창업 매장은 2015년 9천700개에서 2016년 6천800개, 2018년 6천200개로 감소 추세인 반면 폐업 매장은 2014년 7천600개에서 2015년 8천400개로 늘더니 이후에도 8천 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즉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많다는 의미인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업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영업이익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비단 치킨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영업의 현실을 투사하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나라 자영업자 중 70%가 도소매 숙박업 같은 저부가가치 사업에 몰려있는데 이러한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청와대에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한편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카드수수료 인하, 전용 상품권 발행, 4대 보험 가입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런 것들은 일시적 효과가 있을 뿐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되고 말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저출산 고령화로 우리 경제의 활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보면 앞으로 10년 동안 생산 가능 인구는 연평균 32만5천 명 씩 줄어드는데 반해 노인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난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이 ‘동족방뇨’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년연장과 더불어 은퇴자가 전문지식이나 특기를 살려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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