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국’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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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강국’으로 나아가자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06.13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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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무대를 시작으로 팝의 본고장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을 뒤흔들더니 파리 공연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2개 도시 4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총 23만 관객을 매료시켰다. 세계적인 유력 언론들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외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BTS는 글로벌 팝 센세이션이 되기 위한 모든 규칙을 깼다. 1960년대 비틀스가 있다면, 2010년대에는 BTS가 있다"라는 등의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BTS가 창출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평균 80만 명 정도라고 하고, 옷이나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등까지 더한 경제효과가 5조5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21년 전인 1998년 4월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정부가 단계적으로 영화 시장,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 문화계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왜색문화 확산과 한국문화 위축을 크게 우려했었다. 그러나 개방 여파를 치열한 노력으로 극복한 결과 우리의 대중문화가 오히려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맞았다. 대중음악·영화·드라마·게임·에니메이션 등의 문화컨텐츠의 대일(對日) 수출이 13억7천606만 달러(2016년)에 달해 일본에서 수입하는 1억5천99만 달러보다 10배 가까이나 된다. 최근 일본 NHK방송의 어느 대담프로에 출연한 일본인 대중문화 전문가는 "한국인들을 접해보니 일본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하고 놀라운 문화적 재능이 있더라"고 감동과 경탄을 쏟아내며 부러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우리 대중문화 발전 양상은 우리 눈으로 봐도 참 대단하고 놀랍다.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 세대가 즐겨 듣고 부르던 대중음악 가요들은 대부분 슬픈 곡조였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의 쓰라림을 겪으면서 응어리진 서민들의 애환과 로맨스를 풀어내는 대중가요는 필연적으로 ‘서글픔’과 ‘한(恨)’을 담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목포의 눈물’,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노랫가락은 지금 들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후 군사 독재정부 시절에는 기본권을 억압당한 국민들의 ‘답답함’, ‘암울함’의 심정이 대중가요에 젖어 들었다. 송창식·조용필·김민기 등의 가수와 통기타를 떠올리게 하는 7080음악이 사랑받는 이유다. 심지어 ‘아침이슬’, ‘사노라면’ 등의 일부 노래는 정부 당국에 의해 ‘금지곡’으로 지정돼 자유롭게 듣거나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대중문화도 새로운 경향의 발전을 거듭했다. 2000년대에는 경쾌한 곡조와 춤이 어우러진 K팝이 등장했고, 드라마·게임 등의 인기와 더불어 한류(韓流)를 형성함으로써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100주년 역사상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뤄냈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성공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가져온 결실의 하나일 것이다. 올해 32주년을 맞이한 ‘6월 민주항쟁’도 이러한 문화적 성공의 밑거름과 에너지가 됐음에 틀림없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질곡을 벗어난 우리 문화인들이 개성과 창의력을 한껏 발휘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특히나 봉준호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을 거뒀기에 그 의미가 더욱 돋보인다.

 바라건대,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착실하게 민주화를 진척시켜 ‘문화 강국’이 되고, 나아가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했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에게는 특유의 문화적 ‘끼’와 ‘신명’이 있다. 신바람 나게 문화, 예술, 체육, 학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융성을 이뤄나가자. 20세 이하 태극전사들이 U-20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일본, 세네갈, 에콰도르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결승에 진출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다 같이 기쁜 마음으로 ‘개 발에 땀나듯’ 열심히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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