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교육, 말은 거창하다. 자사고 폐지론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특목고나 자사고가 당초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입시 중심의 엘리트 교육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유를 댄다. 언뜻 들으면 잘 포장된 말이다.

 그런데 자사고가 그리 운영된 것을 학교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수능을 통해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과연 그것을 물리치고 다른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나 똑같은 환경에서 동일한 수준의 교육의 질을 보장받아 공부할 수 있으면 그게 최상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반영한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회 시스템에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해야 진로의 폭이 다양해지는 게 현실인데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가. 심지어 어느 진보교육감은 본인 자녀도 외고에 보내놓고 이율배반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추진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엇을 느낄까. 참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입시병폐를 보여주는 ‘스카이 캐슬’이란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입시가 중심이 된 교육 현실은 무시한 채 특목고와 자사고 문부터 닫겠다는 발상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교육행정과 정책에 맞춰 진학했을 뿐인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입시를 통해 대학이 서열화된 실정은 모른 척하고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만 진행하면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입시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가. 무책임한 행정의 극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꿈꾸는 교육정책을 펼치기 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실험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것 같다. 스카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번듯한 직장을 구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조금 더 신중히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해보자.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가 가장 일순위에 놓여 있다면 그렇게 하시라.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일단 저지르고 보자 식의 섣부른 행정은 지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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