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에 탄 북한 주민 4명이 12일 오후 동해 북방한계선을 뚫고 들어와 15일 오전 삼척항에 정박하고, 지역 주민에게까지 접근했다고 한다. 이 나라의 국방·안보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있는 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더 기가 막힌 건 해양경찰청이 이와 같은 신고를 접수한 후 바로 합참·해군작전사령부와 청와대에 알렸다고 하는데, 이후 대처를 보면 상식적이지 못하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현재까지 드러난 팩트는 두가지다. 첫째, 북한 선박이 경계선을 넘은 뒤 사흘간 우리 영해상에 있었는데도 군과 해경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군은 "목선인데다 파고가 높아 식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파고가 높아도 배가 수면 위에 떠 있었던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둘째, 군은 잘못된 브리핑으로 국민에게 불신과 불안을 줬다. 파고 높이, 목선의 최초 발견 지점, 기관고장 여부, 표류 이유 등에 대한 초기 발표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을 회피하려 했거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왜곡된 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북한 목선과 관련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경계 못한 부분과 도착 이후 그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좁혀 버리면 답은 뻔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나올 수가 없다. 기껏해야 해군 지휘라인과 경계 담당자들이 책임을 지거나, 첨단 감시 장비를 보완한다며 수천억 원의 국방예산을 편성하는 정도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선 안 된다. 경계의 중요성과 지휘관의 경계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경계선을 수호하는 군의 경계심(警戒心)을 약화시킨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는 점이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군의 무장수준과 경계태세가 전례없이 낮아졌다는 평가와 우려가 나온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 책임을 회피하려고 거짓말한 관료들을 벌하는 것도 중요하나 ‘일선 군인들의 무너진 경계심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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