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구의 급속한 감소에 더해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추진이 맞물리면서 사립유치원들의 급속한 몰락이 예상된다. 사립유치원 원아들의 공립 쏠림 현상이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오는 9월 개원을 목표로 총 10곳 24학급 규모의 공립유치원을 만들기로 했다. 신설은 8곳 21학급, 증설은 2곳 3학급으로 최대 578명의 유아를 수용할 수 있다. 모두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해 만드는 병설유치원이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당연히 빈 교실이 나오기 마련인데, 공립유치원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빈 교실 이용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유치원 10곳 모두가 원도심에 위치해 있다는 데 있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한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보니 학생 수요가 많은 신도심 대신 공간 마련이 쉬운 원도심에 공립유치원을 늘려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 감소로 인해 원아 수가 계속 줄어 기존 유치원의 정원도 다 채우지 못하는 원도심 지역에 공립유치원이 설립되면 원아 유치에 불리한 사립유치원의 몰락은 충분히 예상되고 남는다. 남동구 만수지구의 경우 이곳에 위치한 사립유치원 13곳의 정원은 2천317명인데 현원은 1천116명으로 정원 충족률이 48.2%에 불과하다. 원아 수가 계속 줄고 있는 터에 시설을 늘리면 과당경쟁으로 공멸 위기를 맞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국공립유치원을 짓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정작 필요한 곳, 아이들이 많은 곳에 지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아이들이 부족한 원도심에 국공립유치원을 지으려 하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학부모들의 상당수는 사립보다 공립을 원하고, 원도심 지역의 공립유치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당장 급한 신도시 지역은 손도 못 대고 급하지도 않은 원도심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목표 달성에 급급해 ‘사립유치원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 수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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