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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완벽한(?)’ 남편을 둔 아내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인으로서도, 가장으로서도 완벽했습니다. 주말이면 어린 아이들과 캠핑을 가겠다고 하고, 틈만 나면 가족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그런 남편을 둔 아내가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들어보니,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 문제였습니다. 예컨대 길을 걷다가 포장마차가 보이자 아내가 "우리, 떡볶이 먹고 갈까?"라고 제안하니까 남편은 "위생이 엉망이라 안 돼!"라고 했답니다.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과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떡볶이를 먹고 싶어 했을 겁니다. 그러나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사랑하는 아내의 건강을 헤아렸을 겁니다. 남편의 완벽주의적인 이런 태도가 아내에게는 숨 막히는 삶이 됐고 그것이 이별을 생각하는 단계에까지 가버렸습니다.

 삶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알아뒀으면 하는 지혜가 「마음을 가꾸어 주는 작은 이야기」라는 책에 나옵니다.

 한 나그네가 현자에게 "나는 신에게 불만이 많아요. 왜냐하면 신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렇게 현명한데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고 초라합니까? 똑같은 사람인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당신과 달리 나는 왜 이렇게 형편없냐 이 말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현자는 나그네를 키도 크고 나뭇잎도 많은 나무와 키도 작고 잎사귀도 거의 없는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데려가더니 이렇게 말해줍니다.

 "보라. 이 나무는 작고 저 나무는 키가 크다. 그러나 잘 보라. 두 나무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어 보이나?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게 자신이 위대하다고 뽐내지 않고, 작은 나무 역시 자기가 작다고 열등감을 느끼거나 불평하지 않고 그저 땅에 뿌리를 충실히 내리고 있을 뿐이지 않느냐."

 현자의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가정이나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불만이 많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불만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비겁함이 사회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불만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만이 없어지고 그토록 원망했던 세상이나 그토록 미워했던 사람들과 손을 다정하게 잡을 수 있으니까요.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에는 올바른 사랑을 나누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40대 후반인 캐롤라인은 6년 전 가슴에 혹이 있는 걸 발견하고 조직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던 사흘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 결과, 암이 아니라고 판명됐지만 그녀는 그 끔찍했던 사흘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남자를 찾기 위해 이 파티 저 파티를 다녔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파티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찾지 못해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태도의 변화가 직장생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급기야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사랑을 베풀수록 더 많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더 많은 사랑을 줄수록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도 쉬워졌다고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는 이렇게 울림이 있는 말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우리는 남에게 더 관대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듯 스스로에게도 친절하고 너그러워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남편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여길수록, 그 완벽함(?)을 남에게 강요하기 마련입니다. 현자의 말처럼 ‘나’라는 나무는 그저 땅에 뿌리를 충실히 내리며 살면 행복할 겁니다. 나무가 뿌리를 충실히 내린다는 것은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과 의미가 통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내를 탓할 일도 남편을 탓할 일도 아니겠지요. 그러니 이젠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아름다운 추억들을 쌓아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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