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인천시민의 분노가 박남춘 시장에게 향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최근 박 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초 서부경찰서에 배당해 수사를 지휘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인천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서구와 영종지역 주민단체도 조만간 박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것과 함께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름 경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취임 1주년을 맞고 싶었을 박 시장이지만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다.

 일련의 사태는 어쩌면 박 시장 스스로가 자초한 문제일지 모른다. 기본적인 원칙도 무시하고 진행한 수계전환으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유발한 것도 모자라 사태 발생 초기에 실효성 있는 대처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를 담당한 이를 배치한 것도 박 시장이고 사태를 미흡하게 대처한 책임 역시 박 시장이 져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은퇴를 앞둔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사업소장 단 두 명의 직위를 해제한 것으로 책임을 면하려 했다. 수돗물 사태가 이제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배급받는 생수로 연명하고 있다.

 전국에서 몰려오는 국민들의 생수 지원이 한 없이 고맙지만 생수를 배급받는 서구와 영종 주민들은 마치 인천에서 수만㎞ 떨어진 아프리카 오지 주민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식수난 고통과 함께 일부 주민들은 피부질환과 위장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수가 137명에 달하고 있다. 보상도 문제다. 주민보상뿐 아니라 상인들의 영업손실은 제대로 보상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번 수돗물 사태가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면 박 시장 정치경력에서 가장 치명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광역시장을 주민소환하려면 전체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의 10% 이상이 동의 서명을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현재 24만여 명의 서명만 받으면 박 시장의 주민소환 요건이 된다. 서구와 영종 주민들만으로도 박 시장의 직무가 정지된다. 이번 사태를 보는 인천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아 최악의 경우에는 시장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시민의 힘이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본인이 진정 시민을 시장으로 생각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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