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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사진 = 서구청 제공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이미경(51·여·가명)씨는 올해 초 인천 최초의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서구에 문을 연다는 소식에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곧 정원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을 알고 불안해졌다. 지난 2월 추첨식 날 ‘당첨’을 뜻하는 주황색 공이 아닌 ‘탈락’을 의미하는 흰색 공을 뽑은 이 씨는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서구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개소 소식을 들은 김민정(49·여·가명)씨는 신청자 모집공고를 보고도 접수를 망설였다. 높은 경쟁률은 둘째치고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등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이동하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원의 절반은 서구 주민으로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결국 접수를 포기하고 다른 시설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발달장애아 교육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부모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서구에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생겼지만 발달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구별로 설치하는 것은 고사하고 권역별로라도 설립됐으면 하는 게 부모들의 바람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서구 센터는 자립생활반, 전환교육반, 직업교육반으로 나눠 발달장애인들에게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을 지원한다. 발달장애인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는 동시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태도·기능 등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센터가 서구 1곳뿐인데 서구 센터조차 모든 신청자들을 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 서구 센터의 정원은 70명으로, 추첨식에 지원한 학부모는 정원의 3배에 가까운 200여 명에 달했다. 1차 설명회 당시 센터를 찾은 학부모는 500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만 놓고 보면 인천에 7곳은 설치돼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인천시가 5월 장애인단체와 가졌던 면담에서 센터 확충을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놔 부모들의 기대가 크다. 군·구의 신청이 있을 경우 내년부터 2곳 이상씩 확충해 2024년까지는 구별로 센터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부모단체 관계자는 "서구 센터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집과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평생교육을 받을 시설이 마련되는 것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소망"이라며 "당첨과 비당첨으로 나뉘지 않고 발달장애인 누구든 이웃과 함께 교육받을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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