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박 2일의 짧은 기간 굵직한 세 개의 이벤트를 치르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미 정상회담, 비무장지대(DMZ) 방문 및 김정은과 회동, 주요 기업 총수들 간담회가 그것이다. 모든 일정은 100 %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 나름의 소득은 있었다. 미·북간 대화 모멘텀이 살아나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됐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한미 군장병 격려 연설은 안보 불안을 걱정해온 국민들에게 안심도 선사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가 봐 온 미국 대통령들과 확연히 다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재선에 집착하며, 자신의 업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에선 내년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오르며,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TV토론이 시작됐다. 이러한 컨벤션 효과에 대응하는 흥행 카드가 ‘DMZ 깜짝 회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그의 쇼맨십을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흑묘백묘 상관없이 쥐만 잡으면(북 비핵화) 된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요, 재선 과정에서도 써 먹을 것으로 보이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대해서 만큼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정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으니 그만큼 만회하겠다’는 논리의 형평성 추구 전술이다. ‘방위비 분담 증액과 대미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가 안보의 문제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번엔 넘어갔지만, 미·중 갈등의 핵심인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의 군사 주권(사드 철수)에 개입하는가 하면, 자력 생산이 완성된 분야에선 한국 기업을 매몰차게 내친다. 무릇 한 나라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선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두 바퀴가 견고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실정은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는, 명확치 않은 제3의 어젠다 때문에 이 기본 요소가 훼손돼 가는 듯하다. 그것도 가장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과 중국에 의해서 말이다. 국정을 수행하는 근본 목적은 국민 생존과 국가 번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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