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어린 아이로 치면 병고 없이 무사히 1년을 넘겼으니 돌잔치라도 열어줘야 할 판이다. 인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시끌벅적하다. 신임 단체장들에게 1년은 행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짧은 시간이라 딱히 내세울 것도 없을 텐데 성과 부풀리기와 자화자찬이 그렇다.

 하지만 박남춘 시장에게 취임 1주년은 참담할 것이다. 돌이 됐다고 나름 준비한 것도 많았을 터인데 코앞에서 터진 붉은 수돗물 사태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시민의 삶에 가장 중요한 먹는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시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다.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도 당했고 시민소환까지 당할 처지다.

 박 시장의 1년은 시민에게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박 시장에 앞선 많은 시장들이 시민사회와 불통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박 시장 역시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박 시장의 불통을 꼬집고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박 시장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놓은 논평을 통해 "제대로 된 소통과 협치가 없어 시정책임자의 위기대처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또 2018인천비전정책네트워크 등도 공동 논평을 통해 공직사회의 개혁부족으로 진정한 소통과 협치에 다다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의 동지이자 협치의 파트너인 이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것은 그만큼 시장에 대한 시민의 기대와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시장은 여느 시장과 다르다. 1년 전 그가 당선할 수 있었던 뒷심은 유정복 전 시장의 실정이나 박남춘 후보가 좋아서가 아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분연히 일어선 국민들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인기를 등에 업은 것도 있지만, 시민을 중심에 둔 새로운 인천을 만들어 달라는 인천시민의 소망이 함께 담겨 있었다. 취임 1년을 맞은 박 시장이 한시도 시민들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여 박 시장의 마음에 건방과 자만이 자리한다면 1년 전 시민들에게 했던 다짐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형식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시민 곁에서 시정을 살피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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