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는 골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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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모래는 골재가 아니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 기호일보
  • 승인 2019.07.0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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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폭염주의보가 발령된다. 최고기온이 33도 오르는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령되다는 폭염주의보가 일상화된 느낌이다. 도시 주변에 녹지와 습지가 충분했던 시절, 한여름의 뙤약볕은 소나기를 불렀는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녹지와 습지를 잠식하면서 폭염은 연일 기승이다.

 논밭은 훌륭한 녹지와 습지였지만 인천에 없다. 모조리 메워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세우고, 건물을 잇는 아스팔트를 깔았다. 습기를 증발시켜 폭염을 식힐 장치는 그만큼 위축됐다. 간선도로 이면의 단독주택단지가 고층 아파트단지로 바뀌더니 이젠 40층을 오르내리는 초고층으로 재개발되는 게 요즘 대세다. 그럴수록 도시는 더워진다. 에어컨 사용은 늘고 실외기의 열기는 커진다. 먼지도 늘어날 테니 밖에서 생활하는 시민은 여름이면 숨이 턱턱 막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건물은 얼마나 많은 골재를 필요로 할까? 그 방면에 상식이 없어 종잡지 못하지만 인천 앞바다는 그간 2억8천 만㎥의 모래를 잃었다고 언론은 전한다.

 그 때문에 어패류는 산란장과 터전을 잃었고 해산물을 잃은 어민은 수입이 줄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찾기 어려운 바닷속 모래사장인 풀등도 인천 앞바다에서 위축된다. 썰물 때, 바다 한가운데에 포말이 일어나는가 싶다 느닷없이 바닷물을 가르며 펼쳐지는 풀등의 장관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텐데, 위기를 맞았다.

 초고층으로 번듯하게 오른 아파트는 저층 아파트나 주택을 헐었을 때 나온 골재를 재활용하지 않았다. 먼지 날리며 부순 폐골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선한 골재로 재활용돼 다른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까? 건설업계는 비상이라고 한다. ‘바다골재’ 공급 중단 사태가 11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모래 가격이 인상돼 건축비가 상승하고, 부실 골재 사용으로 인한 내구성 약화로 건설업계 인사는 소비자에 전가될 피해를 염려했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폐골재가 부실골재로 바뀌는 걸까?

 건설업자가 소비자를 걱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부실골재로 불이익 생길 수 있다는 건데, 같은 면적이라도 서울 건물은 시골보다 훨씬 비싸다. 아파트 분양가격에서 모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품질 좋은 콘크리트를 위해 천연 모래 배합이 필수라지만 꼭 바닷모래만 배합해야 할까? 재활용이든, 채취했든, 풍화된 화강암으로 형성되는 모래는 모두 천연이다. 우리처럼 더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허물고 다시 세우는 일이 반복되는 나라도 드문데, 그때마다 바닷모래를 사용해야 하나? 폐골재에서 모래를 순수하게 분리하는 기술이 없지 않을 텐데, 비용 때문에 순환골재를 회피한다고? 제도 미흡 때문이겠지.

 모래는 생태계의 기반이다. 물고기 산란장이 되는 모래는 강물과 더불어 흐르면서 물을 정화한다. 흐름을 잃은 4대강이 여름이면 녹조로 탁해지지만 흐름을 되찾은 금강은 어떤가? 백사장이 회복되면서 멸종위기종까지 돌아왔다. 강물이 정화돼 악취가 사라지자 경관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바다가 사라지면서 백사장이 위축된 서해안은 관광객이 줄어든다. 백만 인파가 여전히 운집하는 해운대는 서해안의 바닷모래를 해마다 보충하지만 인천과 충청도는 볼품을 잃어간다.

 바닷모래는 골재가 아니다. 생태계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 기반이다. 어패류가 모래에 알을 낳고 생장하기에 우리는 예로부터 다양하고 무한한 수산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구하며 삶을 이어왔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래사장에서 쉬거나 놀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남겼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도 부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모래는 생명과 문화의 원천이다. 크고 높은 콘크리트 건물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건설업자의 재료일 수 없다.

 생태계가 위기에 빠진 사실을 모르지 않는 정부는 직무유기로 일관했다. 건설업계 편의를 위해 바닷모래를 골재로 분류했을 따름이 아닌가.

 건설업계가 어렵다고? 어민은 이미 죽어가고 문화를 잃은 시민은 삭막해졌다. 건설업계 이익에 편향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시급하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완벽하게 재활용한 순환골재를 건설현장에서 반드시 사용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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