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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자국의 소재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불편한 한일 간의 외교관계가 경제 분야로 파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불편했던 외교관계가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자 정치권이나 재계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뜩이나 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대한민국의 위치상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본 아베 발 한일 간의 경제충돌은 향후 우리의 경제상황 전망에 먹구름이 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바야흐로 세계 경제질서에 있어서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고 선진국 발 신보호무역시대의 서막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국제경제 질서의 변화에 냉철하고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자존심만 앞세우고 현실과 괴리된 감정적 대응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어렵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대한민국 정부는 경제정책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대기업이 국가의 친기업적인 정책의 결과로 얻은 이익을 노동자와 나누지 않았다는 분석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근간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대기업 보다는 50인 이하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없는 과실을 나누자니 제살을 깎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중 간의 무역갈등 등으로 성장률 예상치가 하향되는 와중에 발생한 한일 무역전쟁의 발생에도 위기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끓는 주전자 속 개구리 신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둘째,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을 위해 중국을 때리고 북한과의 협상을 이용하고 있다. 아베도 역시 선거에 한일 관계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특히 한일 간의 관계는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나라로서는 간단하지 않은 관계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이 대일관계에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든 강력한 대응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간단하지가 않다. 거기에 역사적으로 감정이 저변에 깔려 있는 한일관계는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셋째, 국민들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현금복지 등 무상시리즈가 지속되었고 대가 없이 얻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상에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이는 언어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고용보장 요구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인상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져야 하며 때로는 유연한 고용정책 기조도 경제를 살리는 한 방편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유전자를 가진 민족이 아니던가.

 현재의 한중일 관계를 생각하니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하고 당나라의 세력을 몰아내어 삼국통일을 완수한 뛰어난 군주 문무왕이 떠오른다. 그는 불교법식에 따라 화장한 뒤 동해에 묻어 달라 유언했다. 용이 돼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종북이니 친미니 하는 좌우의 이념적 분열, 기업과 노동자의 대결구도,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을 나누는 편 가르기, 아직도 만연한 지역 감정 등은 한반도에서 평정돼야 할 것들이다.

 그 옛날에는 군사적으로 몰아내는 것이겠지만 21세기의 오늘날에는 튼튼한 경제가 곧 국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통적인 대국 중국과 2차 대전 당시 전투기를 띄우고 최대 항공모함을 보유한 일본을 생각하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은 놀라울 만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는 경제 정책을 잘 세워나가고, 정치권은 인기위주의 포퓰리즘을 버리고, 국민들은 고통분담의 자세를 가진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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