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은 불우한 천재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그가 뇌양 현령으로 부임했을 때 매일 술을 마실 뿐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고 유비가 화를 냈을 때 제갈량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백 리 정도의 땅이나 다스릴 그런 작은 인물이 아닙니다. 가슴에 간직한 학문은 저보다 10배는 더 뛰어나지요."

 여기서 백 리 정도의 땅이라든가 10배나 뛰어나다는 건 별다른 의미가 없다. 한마디로 천하를 경영할 만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과 학문의 깊이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방통이 재주를 펼치지 못하고 중도에서 스러졌기에 ‘비백리지재’는 오늘날에도 능력에 비해 작은 일을 하는 인물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하는 성어가 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정반대로 ‘백리지재’에 불과한 인물들이 세상을 다스리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특히 여의도 정치판이 그렇다.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하는 행동을 보면 백 리는커녕 십 리도 담당할 것 같지 않은 인물 투성이다. 그들을 선택한 건 국민이다. 국민들 수준만큼의 정치, 깨우쳐 줄 비백리지재는 어디에 있을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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