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9일 예정된 인천 동구구립소년소녀합창단의 창단 첫 단독 정기공연이 돌연 취소되면서 갈 곳을 잃은 단원들이 한 교회에서 나 홀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합창단원 학부모 제공>
▲ 오는 19일 예정된 인천 동구구립소년소녀합창단의 창단 첫 단독 정기공연이 돌연 취소되면서 갈 곳을 잃은 단원들이 한 교회에서 나 홀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합창단원 학부모 제공>
"어른들이 무슨 마음으로 우리 합창단 공연과 연습을 그만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연습할 거예요. 우리를 좀 도와주세요."

인천 동구구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들의 눈물겨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동구지역 내 초·중·고 학생들로 창단한 합창단은 오는 19일 창단 후 첫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구는 공연 10일을 앞둔 지난 9일 공연 취소와 연습 중지 등을 통보했다. 합창단원들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동안 연습하던 구청 대회의실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첫 단독 공연에 부푼 가슴으로 날짜만 꼽으며 연습에 매진했던 어린 합창단원은 물론 학부모들도 크게 낙심하고 있다.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한 여학생은 손꼽아 기다렸던 공연을 앞두고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을 털어 공연 때 신을 예쁜 신발을 구입했다. 책상에 올려진 신발을 보면서 공연날만 기다렸지만 헛된 기다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만 쏟고 있다.

합창단은 2014년 인천송림초교합창단 해체 이후 문화환경이 열악한 지역 특성을 살리고자 구가 직접 조례까지 만들어 송림초교합창단을 흡수하면서 2015년 7월 창단했다. 지역 내 남녀 학생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방과 후 주 2회 구청 지하대회의실에서 연습한다. 4년여 동안 화도진축제 등 동구지역 행사와 요양병원 봉사활동, 인천시 행사 등에 재능기부를 하며 공연을 이어왔다. 또 각종 전국합창대회에 출전해 2015년 8월 중국 상하이국제합창경연대회 금상 등 다수 수상으로 동구를 홍보하는 데도 앞장서 왔다. 원도심 초·중·고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는 합창단 지휘자가 운영비 횡령과 유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는 이유로 공연 취소와 연습 중단 조치를 취했다. 구가 지휘자인 어른의 잘못을 이유로 합창단의 공연을 취소한 것은 가혹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과 동구지역 주민들도 구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명의 자녀가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구의 이번 행정처리는 아이들의 꿈을 산산조각 낸 것"이라며 "지휘자 개인의 일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른 잘못을 가지고 첫 단독 공연에 나서는 아이들의 꿈을 빼앗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된 동구의 무책임한 이번 처사가 국제사회에 알려질까 두렵다"며 "이번 사안을 허인환 구청장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고, 알고 있는데도 가만히 두고 본다면 동구 주민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구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며 "분명하게 비위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그대로 공연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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