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으로 그늘졌던 땅 삶의 터전 희망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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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으로 그늘졌던 땅 삶의 터전 희망이 싹튼다
박정호 SK인천석유화학 부장·김윤희 석남동범주민대책위원장 인터뷰
  • 한동식 기자
  • 승인 2019.07.1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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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인천석유화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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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함께 상생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갈등은 희망이 됐고, 그 희망은 주민공동체 회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주민들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주민들과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던 SK인천석유화학의 박정호(55)부장은 상생마을 추진 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이다. 2013년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문제로 주민과 갈등이 깊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당시 어마어마했지요. 2013년 8월부터 시작해 2015년 12월까지 2년 반 동안 매일 집회가 열렸습니다. 회사와 구청, 주민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시기였습니다.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발만 동동 굴렀죠."

 주민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공장 증설에 많이 불안해했다.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아무리 설득해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제3자를 통한 안전 검증과 1년에 걸친 환경영향평가 등을 제시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2년여의 갈등은 있었지만 속을 터놓으며 상생의 토대도 쌓았다.

 회사는 주민들의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쌓이자 역량강화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타 지역보다 낙후됐다는 점을 고려해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주민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구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SK인천석유화학이 도시재생사업의 한 축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민(주민)·관(서구)·사(SK인천석유화학)가 주체로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도시재생 모델이 만들어졌다. 기업이 주민과 함께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국내 첫 사례다.

 "그동안 기업이 도시재생이나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관에서 부지를 제공하면 기업은 아파트 등을 짓고 분양 후 빠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대가나 조건 없이 우리가 가진 역량을 투입해 주민들과 함께 재생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참여를 결정한 것입니다. 그것이 상생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첫 사업은 주민 역량강화사업이다. 도시재생이 어떤 사업이고, 어떻게 참여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야 참여할 수 있다는 필요성을 제시하며 역량강화사업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의문을 갖는 주민도 있었지만 교육이 진행되면서 주민들 스스로 재생사업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주민들과 재생사업의 모범으로 꼽히는 부산 초량마을과 서울 창신동·장의동을 방문하기도 했고, 늦은 시간까지 토론도 진행했다. 하지만 국가정책이 도시재생에서 뉴딜사업으로 바뀌면서 사업지구가 47만㎡에서 10만㎡로 축소됐다. 주민들 사이에 혼란과 절망이 교차했다. 주민들의 동요가 일었을 때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설득했다.

 아울러 SK인천석유화학은 사업지구에서 제외된 주민들의 사업 지원을 위해 100억 원을 출연해 비영리 재단법인인 신석재단을 만들었다. 신석재단은 사업에서 제외된 지역에서 추진하는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가좌동 ‘더불어마을 시범사업’, ‘더불어마을 희망지 사업’ 등을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주민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민간연구소 전문가 등을 연결하고 마을공동관리사업소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5만㎡에 달하는 완충녹지도 기부했다. 이곳에는 상생마을의 하드웨어이자 상징물이 될 복합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서고 주민 편의를 위한 주차장도 조성된다.

 그동안의 과정에서 박 부장이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주민들의 표정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 갈등이 심화됐을 때 주민들의 표정을 보면 많이 무서웠던 게 사실입니다. 얼굴에 원망과 분노가 담겨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밝아졌습니다. 저는 그 요인을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생마을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희망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우 감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더 많이 찾아 주민들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 김윤희 석남동범주민대책위원장

"많은 분들이 살기 힘들고 지쳐서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를 세상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상생마을 도시재생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부러워하고 오고 싶은 마을로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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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서구의 대표적 도시재생사업인 상생마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윤희(59·여)석남동범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김 위원장이 인천에서 자리잡은 세월은 그리 길지 않다. 그는 15년 전 인천에 오면서 신문유통일을 했다. 늦게 자리잡은 인천은 뼈를 묻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안식처이자 고향이 됐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2013년 코앞의 SK인천석유화학에서 파라자일렌 생산공장을 증설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투사가 된다. 매일 아침이면 구청과 시청을 오가며 증설 반대를 외쳤다. 그리고 SK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는 물론 국회도 거침없이 내달렸다. 상복(喪服)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갈등은 2년 6개월이나 이어졌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황폐해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과제였다.


 "살아가는 환경이 나빠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갈등을 겪고 난 후 주민들에게는 지역이 발전돼야 한다는 희망이 필요했고요. 그때 마침 제안된 사업이 도시재생사업이었습니다."

 황폐해진 동네를 살릴 방법은 도시재생뿐이라고 생각했다. 주민들과 함께 계획을 짜고 머리를 맞댔다. 주민 역량강화사업으로 도시재생대학도 진행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는 주민들 스스로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후 도시재생사업은 뉴딜사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사업지구는 당초 47만㎡에서 10만㎡로 축소됐다. 함께 재생사업을 만들어 갔던 신현동과 석남동 일부가 제외되면서 주민들 간의 갈등도 생겼다.

 "굳이 생기지 않아도 될 주민 갈등이 사업 조정으로 생겼지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누구는 사업지역에 포함되고, 누구는 빠지게 되니 당연한 것이지요. 함께 만들었던 희망이 좌절되면서 많은 이들이 절망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ㄴ사업 초기에는 진행 과정의 미숙함도 주민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됐다.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 커뮤니티센터다. 주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몇몇의 의견으로 8m 높이의 옹벽이 구상되는 과정을 보면서 주민들의 한숨은 커졌다. 이후 구 담당자와 코디네이터가 바뀌고 센터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상생마을 도시재생사업은 다시 주민들의 희망이 된다. 주민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요즘 구상하는 게 많다. 하루 24시간을 쪼개도 모자라다.

 "페인트 칠하고 담장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주민 역량강화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이는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내 집을 바꾸려면 필요한 게 무언인지, 내가 살 수 있는 집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은지, 또 유지·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 주민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준비하는 사업이 스마트마을관리사무소다. 마을기업 또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주민들의 주거지를 아파트처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경도 깨끗이 유지할 수 있고 주민들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가구별 돌봄을 진행하는 돌봄전용센터도 구상 중이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와중에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졸업논문 주제는 상생마을이다. 그는 이곳에서 희망과 절망을 거듭했지만 그래도 주민 속에는 늘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희망을 만들고 찾아가는 과정이 그의 졸업논문에 담길 것이다. 그렇게 투사는 도시재생 전도사로 변신하고 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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